BNP파리바 계열 카디프생명 인수 검토 후 '무소식'
경쟁사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에 발등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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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지주는 지난 3월 말 한국투자증권 주주총회 이후 김남구 회장의 보험업 진출 검토 언급에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으나, 보험사 인수가 진척됐다는 소식은 3개월째 들리지 않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이한림 기자] 보험사 인수를 통해 사업 다각화와 자본 확대를 꾀한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금융지주)의 인수 시계가 멈췄다. 애초 BNP파리바카디프생명(카디프생명) 등 중소형 보험사들이 인수 물망에 올랐으나 그룹 총수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의 보험업 진출 의지 피력에도 3개월이 넘도록 이렇다 할 소식 없이 진전되지 않은 모양새다.
이 와중에 금융지주 경쟁사인 우리금융지주가 또 다른 보험사이자 한국금융지주도 눈독을 들일 것으로 관측된 동양생명·ABL생명을 최종 인수하기로 확정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시각도 나온다.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와 있던 보험사들이 경쟁사 품에 안기거나 한국시장 철수 등을 결정하면서 인수 기회가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한국금융지주가 바라던 보험업 진출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회사 편입 작업을 마치고, 동양생명으로부터 우리금융지주의 이름을 따 만든 보험 상품' (무)우리WON하는건강한보장보험'을 출시했다. 이는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을 인수한 후 처음으로 출시한 상품으로 동양생명이 우리금융지주의 가족이 됐다는 것을 시장에 알린 사례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지주의 이번 보험사 인수는 앞서 포스증권을 인수해 우리종함금융과 합병 후 출범한 우리투자증권과 함께 비은행 부문 사업 다각화를 통한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다시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2001년 4월 국내 최초 금융지주사를 설립한 우리금융그룹이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모든 금융 포트폴리오를 포괄하게 됐다"며 인수 성과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가 한국금융지주에도 시사하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보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우리은행을 보유한 우리금융그룹과 달리 비은행 금융지주사이지만 핵심 계열사이자 업계 1위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을 중심으로 은행과 보험업을 제외한 탄탄한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있고 여기에 보험업을 추가해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꿈꿔왔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가 난항을 겪는 배경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후보인 카디프생명을 포함해 롯데손해보험, KDB생명 등 복수의 보험사를 대상으로 인수에 대한 실사에 나섰으나 원하는 가격이나 가치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정도다.
한국금융지주 측도 보험사 인수와 관련해 "해당 사업은 아직 검토 중이고 기존 내용과 다른 점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 5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공시에서도 보험사 인수를 계획에 포함해 기재했기 때문에 인수 여부에 따라 주주가치 제고 노력 평가도 악화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또 알짜 매물들이 하나둘씩 주인을 찾아가면서 한국금융지주가 탐낼만한 매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한라이프(ING생명), iM라이프(아비바생명), 미래에셋생명(PCA생명), KB라이프(푸르덴셜생명) 등 근원이 외국계인 보험사들은 한국 금융지주사가 인수한 형태이며 중소형 보험사인 라이나생명도 스위스 처브그룹에 매각됐다. 이처럼 원하는 인수 비용이나 규모의 보험사는 인수합병 시장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매물도 줄어들고 있어 계획을 수정하거나 철회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공존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금융지주가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생명보험사 상표를 출원하고 손해보험사 인수까지 살펴보고 있으나, 인수가나 인수 후 시너지 등을 고려했을 때 알맞은 보험사 매물은 사실상 시장에 없는 상태"라면서도 "많은 비은행 금융사를 거느린 금융지주사로서 보험사를 인수하면 잠재적 자산은 물론 당장 자본 규모도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인수에 대한 시너지는 분명히 존재한다. 인수 후보가 마땅치 않다면 새롭게 보험사를 직접 만들어 운용하는 것도 고민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