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 입니다.
  • 북마크 아이콘

중동사태에 산업계 직격탄 맞나...유가·운임 들썩에 초긴장


관세로 앓는 산업계, 추가 악재 우려…정부, 비상 대응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22일(현지시간) 이란의 이스파한 핵시설이 미국의 공습으로 파손돼 있다. /AP·뉴시스
맥사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22일(현지시간) 이란의 이스파한 핵시설이 미국의 공습으로 파손돼 있다. /AP·뉴시스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미국이 이스라엘과 분쟁 중인 이란 핵시설을 공격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운임 상승과 국제유가 급등이 가시화하면서 국내 산업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23일 이란 국영방송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2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자문 기구인 최고국가최고안보회의(SNSC)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최종 결정권이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이란에게 2주 시간을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이틀 뒤 이란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주요 핵시설 3곳을 공격했다. 이에 이란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자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22일(현지시간) N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란과 전쟁 중이 아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전쟁 중"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운송을 방해하는 것은) 자살 행위다. 그들(이란) 경제 전체가 호르무즈 해협을 관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란은 석유수출기구(OPEC) 회원국 중 세 번째로 큰 산유국으로 하루 330만배럴을 생산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는 하루 약 2000만배럴로, 전 세계 소비량 20%에 달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원유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운임 상승과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산업계가 받을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에서 지난 20일 기준 '중동 노선' 운임은 1TEU(12m 컨테이너 1개 분량)당 2122달러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시작한 지난 13일 2083달러 대비 39달러 상승했다. 중동 노선은 컨테이너선보다는 대부분 유조선이 다니고 있다.

지난 13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아파트 건물이 크게 파손된 모습. / AP·뉴시스
지난 13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아파트 건물이 크게 파손된 모습. / AP·뉴시스

해운업계는 지리적 특성상 호르무즈 해협 대체 항구를 찾을 수 없는 점을 우려한다. 현재 중동행 컨테이너 노선 1개를 운용하는 국내 최대 선사 HMM은 물동량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상운임이 오른다고 실적이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폐쇄되면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정유업계는 유가가 상승하면 단기적으로 실적이 좋을 수 있으나,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운영 비용과 유가 등 원자재 비용을 뺀 수치)이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운송에 시간이 걸리면 수지타산을 위해 당초 다니던 항구를 지나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라며 "제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무역 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자동차 등 업체는 글로벌 정세를 주시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갈등이 격화하면 수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관세로 골머리인데 정세 악화는 최악의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중동 분쟁 장기화는 수출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하반기 수출이 상반기 대비 꺾여 연간 전체 수출 6685억달러로 전년보다 2.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중동 정세 급변에 비상대응반을 가동하고 에너지·공급망 상황 관리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 오후 한국석유공사 등과 비상상황점검회의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막히는 등 상황에 대비해 종합상황실과 비상대응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1차관은 이날 '중동 사태 관련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에서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관계기관이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에너지 가격·수급 상황을 밀착 점검·대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인협회 글로벌리스크팀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당장 중동 지역에서 사업하려던 방산 등 한국 업체는 비즈니스를 하기 쉽지 않게 되고 전체적으로 리스크 때문에 위축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bell@tf.co.kr



뉴스 스크랩을 하면 자유게시판 또는 정치자유게시판에 게시글이 등록됩니다. 스크랩하기 >

0
추천하기 다른의견 0
|
공유버튼
  • 알림 욕설, 상처 줄 수 있는 악플은 삼가주세요.
짤방 사진  
△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