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 속 IPO 시계 빨라지는 무신사
패션·뷰티에 한정된 사업 영역, 불확실한 글로벌 성장상 등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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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가 기업공개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향후 성장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 앞에 놓였다. 사진은 성수동 무신사 건물. /문은혜 기자 |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본격적인 채비에 나섰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출발한 무신사는 오프라인 매장 확장과 해외 진출을 통해 사업 영역을 넓히며 기업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다만 패션·뷰티에 집중된 제한적 사업 구조와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패션시장, 해외 진출의 불투명한 전망 등은 IPO를 앞두고 몸값을 최대로 높이려는 무신사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열린 '글로벌 파트너스 데이'에서 IPO 추진을 공식화한 무신사는 최근 주요 증권사와 접촉하며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IPO 가능성도 열어놓은 무신사는 아시아, 북미, 중동 등 글로벌 시장으로의 사업 확대와 수출 물류를 대행하는 3PL(제3자 물류) 풀필먼트 사업 강화 등 전략을 다각도로 구상 중이다.
업계에서는 무신사가 대외적으로 IPO를 공식화한 만큼 당분간 기업가치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성적표로만 볼때 현재 무신사의 상황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2427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028억원, 698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연간 거래액은 전년 대비 12.5% 증가한 4조5000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도 지난해보다 성장했다. 1분기 매출은 2929억원, 영업이익은 176억원, 당기순이익은 15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6%, 24%, 104% 증가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침체 속에서도 무신사가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의 공격적인 확장, 자체 브랜드 판매 확대 등 전략 때문이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무신사는 지난 2021년부터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나서 이달 기준 전국 2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강남, 홍대, 성수 등 주요 지역에서 운영 중인 자체 매장을 비롯해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안에도 '숍인숍' 형태로 입점해 매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혜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기준 무신사 스탠다드의 점포당 매출액은 약 5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백화점 입점 패션 브랜드의 연 평균 매출액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같은 호실적에도 무신사는 올해 초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해 내부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임원들의 주말 출근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재택근무 방식도 변경됐다. 창업자인 조만호 대표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준모 대표는 "여러가지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무신사가 임하는 비즈니스의 복잡성도 높아지고 있어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구성원들 독려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로 무신사가 지금의 성장성을 이어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무신사의 판매 카테고리가 여전히 패션, 뷰티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반면 쿠팡,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종합 이커머스 기업들이 최근 패션, 뷰티 영역으로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면서 무신사와 같은 버티컬 플랫폼(특정 분야에 특화된 플랫폼)을 위협하고 있다.
쿠팡은 'C.에비뉴', 'C.스트리트' 등을 통해 유명 브랜드와 MZ세대에서 인기있는 스트리트 브랜드로 패션 아이템 선택권을 확장시켰다. 최근에는 글로벌 명품 패션 브랜드인 '파페치'를 럭셔리 버티컬 서비스인 '알럭스'에 연계시켜 패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계 이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에서도 한국 상품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케이베뉴'의 패션 카테고리 매출애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 2월 기준 케이베뉴 패션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약 38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무신사는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국내를 벗어나 아시아, 북미, 중동 등에 진출해 향후 5년 안에 해외 거래액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당장은 뚜렷한 실적이 없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 2022년부터 일본, 호주 등 13개국에서는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무신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0.44%로 미미하다. 무신사 인지도가 부족한 해외 시장에서 제대로 된 실적을 내기까지는 갈길이 멀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는 지금까지 온라인 패션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고 이를 기반으로 한 IPO 시도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문제는 상장 이후의 성장 스토리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