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 대한 자산운용 비율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경제 상황과 해외 주요국 사례를 고려했을 때 사전적·정량적 통제중심에서 사후적·위험관리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22일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보험사 자산운용 비율규제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보험시장은 성숙기에 진입해 전통적인 사업모형만으로는 시장 포화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3년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장성보험 편중현상이 심화되고 연금·저축성보험이 축소돼 보험산업의 노후소득 보장기능이 악화됐다.

보험산업과 달리 금융산업 전반에서는 노후소득 보장과 관련된 경쟁력 강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은행과 금융투자업권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투자수익률을 높여 연금시장 내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보험연은 이런 환경에서 보험사가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실과 맞지 않는 자산운용 비율규제를 개선해 보험사 투자활동의 효율성과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험사의 자산운용 방식이 일정한 비율을 넘지 않도록 자산운용 비율 한도를 설정해 운영하고 있다.
주요 비율규제는 ▲동일한 개인이나 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제한(총자산의 3%) ▲대주주·자회사에 대한 신용공여 제한(자기자본의 4%, 총자산의 2%) ▲부동산 투자제한(총자산의 15%) ▲외국환이나 외국 부동산 제한(총자산의 5%) 등이 있다.

영국·독일·일본 등 해외 주요국도 과거 보험계약자 보호를 위해 안정성과 위험분산 등의 원칙에 기반해 자산운용 비율규제를 사전적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이후 보험사의 자율성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사전적 비율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했다.
대신 정량적 자본규제를 강화하고 내부통제와 공시요건 등을 강조하고 있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해외사례를 참고해 보험사 자산운용에 대한 규제를 사후적·위험관리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소비자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현행 법률에 규정된 자산운용 비율규제를 하위법령으로 이관해 규제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도입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요구자본이 대폭 증가하고 자산집중위험이 이미 킥스에 반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위험자산과 특정자산 편중에 대한 비율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 연구위원은 "이런 규제 완화는 대주주 관련 비율규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며 "다만 이는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정책과 금융복합기업집단 관련 규제, 보험회사 내부통제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전제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규제 유연화에 상응하는 시장 감시 기능 강화를 위해 보험사의 투자 공시체계를 회계처리 중심에서 위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손실 가능성이 높은 개별 투자 건에 대한 정보공개를 확대하고 이해상충에 대한 위험 인식과 관리 등에 대한 공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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