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8000억원 투입해 7년 이상 연체·5000만원 이하 '빚 탕감'
113만명 수혜 전망…'빚 갚지 말자' 등 도덕적 해이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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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세운 주요 공약 중 하나인 '배드뱅크'가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성실한 채무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나타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정리=이중삼 기자] 장마 전선이 북상하면서 전국에 거센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불쾌지수 상승은 물론, 침수·붕괴 등 중대 피해도 우려됩니다. 시설물 점검 등 안전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입니다. 이번 주 경제 현장도 조용할 틈 없이 굵직한 이슈들로 요동쳤습니다.
먼저 이재명 정부가 저소득 자영업자와 장기 연체자 등에 대해 채무 탕감을 추진하는 '배드뱅크'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대규모 재정을 동원해 취약계층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긍정 반응이 나오지만, 일부에서는 성실히 빚을 갚아온 사람들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콜마그룹에서는 오너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 자회사인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남매간 갈등을 넘어 부자 갈등으로 번졌습니다. 창업주인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아들인 윤상현 콜마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상대로 '주식 반환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끝으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글로비스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는 에어인천 '우선 매수권'을 확보했다는 소식입니다. 현대글로비스가 에어인천을 인수하면 한진그룹과 현대차그룹 간 항공화물 시장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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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인근 임대 상가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남용희 기자 |
◆ '빚 갚으면 손해' 분위기…금융 질서 훼손 가능성
-이재명 정부가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한다면서요.
-네. 정부는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신설해 상환 능력을 상실한 채무자의 빚을 탕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배드뱅크를 통해 부실채권을 매입한 뒤 소각하거나, 일부 감면·조정하는 방식입니다. 이와 함께 새출발기금 대상 확대, 정책자금 상환자 지원 프로그램 등도 연계됩니다.
-배드뱅크가 무엇인가요?
-배드뱅크는 부실채권을 전문적으로 매입·관리하는 '청소부' 역할의 금융기구입니다. 금융사의 회계건전성 회복이 필요하거나 채무자 구제, 금융시장의 안정이 필요할 때 주로 설립됩니다. 이재명 정부의 배드뱅크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출자해 구성되고, 채무자 구제를 추진하게 됩니다. 장기 연체된 소액 채권을 싸게 사서 전액 탕감 또는 일부 감면·조정을 추진하게 됩니다.
-왜 지금 배드뱅크가 필요한가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빚을 지게 된 소상공인이 늘어났는데, 이를 구제하기 위함입니다. 장기 연체 상태에 빠진 소상공인은 단순히 금융 접근이 막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병원비나 생활비 마련도 어렵습니다. 결국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대거나 범죄에 노출되는 등 삶 전체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장기간의 빚에 빠져 있고 어차피 상환 능력이 없는 이들의 재기를 과감하게 일회성으로 지원해 다시 경제활동을 하고 정상적 삶을 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정책에 들어가는 돈은 얼마나 되죠?
-재원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중 4000억원을 출자하고, 금융회사들이 4000억원을 출자해 총 8000억원이 들어가게 됩니다. 8000억원은 배드뱅크 지원 대상인 5000만원 이하 빚을 7년 이상 연체한 금융 취약계층과 개인 자영업자들의 채무 규모를 감안한 숫자입니다. 이런 식으로 지원이 이뤄지면 총 113만4000명이 떠안고 있는 연체채권 약 16조4000억원이 사라질 것으로 추산됩니다.
-금융회사들이 4000억원을 출연하는데, 부담이 되지 않나요.
-일부 자산과 이자수익이 줄어들어 수익성은 조금 감소할 전망입니다. 다만, 4000억원이라는 출연금을 하나의 금융사가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규모별로 차등 적용돼 실질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특히, 장기 연체채권은 대부분 회계상 이미 손실로 처리돼 사실상 '죽은 돈'입니다. 정부가 5% 정도라도 주고 사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손실을 줄이거나 일부 수익을 거둘 수도 있습니다. 물론 출연 부담은 있지만, 규모별로 분담하기 때문에 큰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입니다.
-그렇다면 반발은 왜 나오는 건가요?
-문제는 '성실히 빚을 갚은 사람들'입니다. 같은 자영업자라도 어떤 이는 빚을 내서 악착같이 갚아가고 있는데, 또 다른 이는 빚을 갚지 않고 탕감받는다면 형평성 문제가 생기죠.
금융업계에서도 소상공인 채무재조정을 통해 건정성 상향에 따른 재기의 기회를 마련한다는 점에서는 공감하지만, 성실 상환한 채무자들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배드뱅크 발표 이후 박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쏟아졌습니다.
-어떤 반응들이 있었나요?
-'나라에서 1억까지 빚 탕감해 주네요'라는 제목의 글에는 "대출받고 갚으면 호구 되는 세상이다", "성실히 일해서 갚은 사람들만 바보 만든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일부 기사 댓글에는 "빚 갚으려고 가족 생계까지 줄였는데 배신감 든다", "연체하면 탕감, 성실하면 무시라니…이런 정책이 정의로운가" 같은 격한 반응도 있었고요. "이제는 일부러라도 연체해야 유리한 것 아니냐"며 정부 정책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정부의 반응은 어떤가요.
-정부도 착실히 빚을 갚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 인식하고 있습니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 19일 KBS 뉴스에 출연해 "성실하게 부채를 상환하시는 분들을 위해서도 상환 기간을 늘린다든지 이자 혜택을 주든지 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인 지원책이 나왔나요?
-네. '성실 회복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정책자금을 성실히 상환 중인 약 19만명의 소상공인에게 1%포인트의 이자 지원이나 우대금리를 적용할 계획입니다. 프로그램 지원 대상자는 약 19만명입니다.
다만, 배드뱅크의 지원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는 지적은 여전합니다.
-채무 조정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성실히 살아온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방식은 재고할 필요가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장기 연체자의 재기를 돕는 것은 사회적 가치가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성실 상환자'들의 시각도 고려하지 않으면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구제와 형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섬세한 행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