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오일뱅크, 캐나다산 원유 54만8000배럴 수입
캐나다산 원유 단가 69.77달러로 저렴
업계 "경제성 등 종합검토해야"
![]() |
캐나다산 원유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오면서 정유사들의 수입처 다변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 텍사스주 골드스미스 인근 유정의 원유시추기 펌프잭 뒤로 해가 지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캐나다산 원유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오면서 정유사들의 수입처 다변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수입 비중이 컸던 중동이나 미국산에 비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향후 지속적 도입을 두고 경제성과 공정 적합성 등을 따지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 중 처음으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캐나다산 원유 54만8000배럴(8230만 달러)를 수입했다.
다만 같은 기간 전체 원유 수입 물량 8067만6000배럴 대비 0.7% 수준으로 비중은 낮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가격이 싸다는 장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이번에 도입한 캐나다산 원유의 단가는 69.77달러다. 미국 79.78달러, 한국이 가장 많은 원유를 수입하는 사우디아라비아 78.56달러보다 약 10% 저렴하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중동산 원유보다 가격이 저렴해 캐나다산 원유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에너지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게 기폭제가 됐다. 수출처 다변화를 꾀하던 캐나다와 국내 정유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캐나다산 원유를 최대 수출처인 미국 대신 다른 국가에 판매하겠다는 의도다. 미국이 수입하는 전체 원유에서 캐나다산은 61%, 멕시코산은 7%를 차지한다. 캐나다는 미국 관세 부과 이후 판로 다변화를 꾀하고 있었고 그동안 관세를 피해 캐나다산 원유 일부가 아시아로 넘어올 가능성도 제기돼왔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라틴아메리카·중동산 중질유는 캐나다 원유와 경쟁해야 하는 만큼 아시아 업체의 원가 수혜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5월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 인근을 잇는 트랜스마운틴 송유관 연장 프로젝트(TMX)가 완공된 것도 한몫했다. 송유관 연장 이후 미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의 수출 증가로 캐나다의 해상 원유 수출량은 지난해보다 65% 증가한 54만배럴을 기록했다.
![]() |
캐나다산 원유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오면서 정유사들의 수입처 다변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제157회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알링턴=AP/뉴시스 |
중국도 관세 전쟁의 여파로 캐나다산 원유 수입을 늘리고 있다. 중국의 지난 3월 캐나다산 원유 수입량은 730만배럴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관세 전쟁의 불씨가 남아있는 것도 추가 캐나다산 원유 도입을 배제할 수 없는 배경이다. 앞서 미국 국제무역법원은 지난달 28일 재판부 3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상호관세는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항소했다. 미국 항소법원이 10일(현지시간)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상호관세 효력이 유지되도록 허용하면서 관세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도입 확대에 신중한 입장이다. 아직 캐나다의 수출 기반 시설이 충분하지 않고 정제 공정의 적합성 등 검토해야 할 변수가 남아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성뿐만 아니라 원유의 성상이 다르다 보니 정제 공정의 적합성 등 검토해야 할 변수가 많다"며 "아직까지는 캐나다산 원유 도입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공정의 적합성이나 원유 생산계획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여러 대외변동성과 경제성을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도 "이번에 들여온 원유는 장기계약이 아니라 들여온 다음에 정제 공정의 적합성과 경제성 등을 검토해본 뒤 장기계약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