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주식 거래 시대를 연 국내 1호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출범 100일을 맞은 가운데 외국인 참여 확대 등 과제들을 풀어내며 순항하고 있다.
업계에선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량 한도 완화가 향후 외연 성장을 결정짓는 주요 분기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1일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지난 9일 대체거래소 정규시장에선 총 3억968만9005주가 거래되며 처음으로 '거래량 3억주' 고지를 밟았다.
전체 국내 증시(한국거래소 유가증권·코스닥시장+넥스트레이드) 거래량의 19.4% 수준이다.
이튿날엔 거래대금이 10조602억7975만4017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10조원 돌파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 같은 성장세는 출범 초기 약점으로 지목됐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동반된 성과라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대체거래소에서 거래 가능 종목이 800개로 확대됐던 4월 1주 차(3월31일~4월4일) 때 2%에 불과했던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대금 비중은 지난주(6월2일~5일) 8.8%로 4배 이상 치솟았다.
대선 이후 코스피에만 3조원이 넘는 외국인 자금이 밀려드는 등 증시가 '허니문 랠리'를 이어간 여파다.
문제는 넥스트레이드의 거래 한도가 이미 천장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6개월간 일평균 거래량이 시장 전체 거래량의 15%를 초과할 수 없다.
개별 종목의 6개월간 일평균 거래량이 해당 종목 전체 거래량의 30%를 넘을 경우에도 거래가 제한된다.
금융당국 판단의 기준이 되는 9월까지 석 달밖에 남지 않은 지금, 하루빨리 거래량 한도 완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법에 규정된 거래 한도를 맞추기 위해선 거래를 중단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지만 일부 종목에 대해 사전에 거래량 제한 버퍼(완충 장치)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거래량이 많은 종목은 9월이 되기 전에 미리 10~14.5% 수준의 거래량 제한을 자체적으로 걸어 법이 정한 한도를 넘지 않도록 선제 조치하겠다는 설명이다.
넥스트레이드는 이르면 이달 말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이다.

여전히 미진한 기관투자자의 참여와 시스템 안정성 우려 역시 남은 숙제다.
변동성완화장치(VI) 문제로 출시에 진통을 겪은 넥스트레이드의 대량·바스켓 매매 시장은 한국거래소 대비 저렴한 수수료(0.00134%)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30일과 5월20일 두 차례에 걸쳐 AJ네트웍스가 274만주 거래된 것이 유일한 기록이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기관 참여자들이 거래시장을 바꾸려면 증권사 내부 승인을 거쳐야 하고 고객사에도 설명해야 한다"며 "노력 대비 얻을 수 있는 직접적인 베네핏(수수료 절감)이 그들에겐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대체거래소 시초가 왜곡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호가창 부실도 여전히 면세 제도가 미비해 증권사들의 시장조성자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다.
넥스트레이드는 오는 10월 말 '2차 오픈'을 통해 프리·애프터마켓에만 제한적으로 참가 중인 14개 증권사의 메인마켓 합류를 완수할 방침이다.
이때 외국계 증권사도 참여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초 9월로 예정돼 있었으나 최근 잇따라 발생한 금융 전산사고를 의식해 한국거래소의 하반기 정례 시스템 개선 시기인 10월로 미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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