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에 쓰인 향료 비율로 구분, 향 지속력 차이
쓰임새 맞는 향수 권장…성분·계절 등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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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는 향료 농도와 지속 시간에 따라 '퍼퓸', '뚜왈렛', '코롱' 등 명칭으로 구분지어 생산되고 가격대도 다르게 책정된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강남점 딥티크 매장에 진열된 딥티크 '오 드 퍼퓸(EDP)'과 '오 드 뚜왈렛(EDT)' 제품 모습, /우지수 기자 |
유통은 실생활과 밀접한 산업군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의 삶을 윤택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을 사용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도 많습니다. 이 코너는 유통 관련 궁금증을 쉽게 풀어드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유통 지식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우지수 기자]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 모 씨(29·여)는 최근 향수를 알아보다가 궁금한 점이 생겼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참고해 첫 향수 브랜드를 골랐지만 같은 용량임에도 라벨에 쓰여 있는 문구에 따라 가격 차이가 뚜렷이 났기 때문이다. 똑같아 보이는 향수에도 종류가 있는 걸까.
향수를 자주 쓰는 사람도 병에 적힌 문구의 자세한 의미까지 아는 경우는 드물다. 모든 향수 병에 쓰여 있는 '퍼퓸(Parfum)', '오 드 퍼퓸(Eau de Parfum, EDP)', '오 드 뚜왈렛(Eau de Toilette, EDT)' 등 명칭은 업계가 향수에 들어가는 향료의 비율(부향률)을 기준으로 구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부향률이 높을수록 향이 진하고 오래가며 ml당 가격도 비싸게 책정된다. 퍼퓸은 6시간 이상, 오 드 퍼퓸은 4~6시간, 오 드 뚜왈렛은 3시간 전후, 오 드 코롱은 1~2시간 정도 뿌린 뒤 향이 지속된다. 부향률은 알코올과 물이 향료를 희석하는 비율로 결정된다.
퍼퓸은 전체 향수 용액 중 15~30% 가까이가 향료로 채워진 고농도 제품이다. 이 명칭은 라틴어 per fumum(연기를 통해)에서 유래한 말이다. 고대에는 향을 태워 신에게 바치는 제례 행위를 뜻했지만, 점차 가장 진한 향수를 가리키는 용어로 굳어졌다.
퍼퓸 다음으로 부향률이 높은 향수는 오 드 퍼퓸이다. 오 드 퍼퓸은 일상생활에 적절한 지속력을 갖췄기 때문에 현대 향수 업체들이 오 드 뚜왈렛과 함께 가장 많이 생산한다. '오 드'는 불어로 물(water)을 뜻한다. 향료를 물처럼 담은 향수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통상 부향률은 10~20%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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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강남점 샤넬 매장에 향수 '오 드 퍼퓸', '오 드 뚜왈렛', '코롱' 제품들이 종류별로 전시돼 있다. /우지수 기자 |
오 드 뚜왈렛은 5~15%의 향료가 들어간다. 프랑스어 '뚜왈렛(Toilette)'은 '단장, 몸치장'을 뜻하는 말로, 귀족들이 아침에 세수하고 머리를 빗고 향수를 뿌리는 일련의 준비 행위를 일컫는다. 이 단어는 이후 '단장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거쳐 오늘날 화장실을 뜻하는 영어 단어 'toilet'의 어원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오 드 뚜왈렛은 '몸단장을 위한 가벼운 향수'라는 개념을 담고 있다.
부향률 3~8% 수준의 가장 가벼운 향수 '오 드 코롱(Eau de Cologne, EDC)'도 있다. 이 명칭은 18세기 초 독일 쾰른 지방에서 시작된 감귤 계열 향수에서 비롯됐다. 프랑스어로 '쾰른의 물'을 뜻하는 오 드 코롱은 이후 부향률이 낮은 가볍고 산뜻한 향수라는 의미로 쓰이게 됐다.
향수를 향의 농도별로 구분하는 것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향료를 다루는 기술과 문화가 발전해온 역사적 결과물이다.
향수는 고대에 신에게 바치는 의식용으로 쓰이다가, 중세 이후 아랍과 유럽에서 알코올과 증류 기술이 발달하면서 몸에 직접 뿌리는 문화로 발전했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에는 합성향료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향수가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퍼퓸, 오 드 퍼퓸, 오 드 뚜왈렛, 오 드 코롱 등 향료 농도에 따른 지속 시간과 용도를 구분하기 위한 산업적 기준이 자리 잡았다.
향수업계는 농도가 진하다고 해서 무조건 더 나은 향수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온이나 상황, 뿌리는 부위에 따라 향의 느낌과 지속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 향수업계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비교적 가벼운 오 드 뚜왈렛이, 겨울철에는 무게감 있는 오 드 퍼퓸이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또 빠르게 향을 덧입히고 싶을 땐 오 드 코롱이 제격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향의 지속시간은 향료 농도뿐 아니라 피부 타입이나 날씨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달라지므로 향수를 선택할 때는 성분표와 리뷰를 함께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index@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