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6대 시중은행장을 일대일로 만나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총재는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은행 등 6대 은행장과 만나 30여분씩 면담 시간을 가졌다.
지난 20일 오전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을 시작으로 21일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김성태 기업은행장을 만났고 이날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을 차례로 만났다.
일부는 한은 본관에서 면담을 가졌고, 신한은행·우리은행 등은 이 총재가 본사를 직접 찾아가 만남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 총재가 은행연합회 등 단체 행사가 아닌, 은행을 직접 찾아가 개별 만남을 가진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 총재는 이번 면담에서 한은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아고라'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프로젝트는 기관용 CBDC와 시중은행의 토큰화된 예금을 활용해 국가 간 지급결제 시스템의 개선 가능성을 모색하는 국제협력 사업이다.
한은은 국제결제은행(BIS), 미국·영국·일본·프랑스·스위스·멕시코 중앙은행, 국제금융협회(IIF)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번 릴레이 면담을 가진 6개 은행이 참여 중이다.
이 총재는 행장들에게 올해 하반기부터 테스트를 시작하는 프로젝트 아고라의 추진 배경과 의미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프로젝트가 BIS 목표대로 활성화되면 일선 은행들도 환거래 등의 업무에서 운영 비용을 아끼고, 법률 부담을 덜게 되는 등 이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이 총재는 한은이 별도로 추진하는 '프로젝트 한강'도 관심을 당부했다.
프로젝트 한강은 은행 예금을 CBDC와 연계된 토큰으로 변환한 뒤 실생활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실험이다.
시중은행이 공동 참여해 스터디 중인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문제도 함께 논의됐다.
이 총재는 이번 소통을 바탕으로 26일 오후 2시 6대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진다.
이 자리에는 티모시 애덤스 IIF 사장도 참석해 프로젝트 아고라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글로벌 금융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총재가 프로젝트 아고라와 한강을 통한 미래 지급 결제 서비스 개선에 큰 의미를 두고 이해를 구했다"며 "방문 면담이 추후 간담회 논의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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