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16년4개월 역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꿈의 11만달러' 고지에 도달했다.
가상자산의 전략적 비축 법안을 비롯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약한 정책이 연이어 미 의회 문턱을 통과하면서 비트코인 상승랠리를 이끌었다.
법안 통과를 앞두고 5월 한 달간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유입된 자금은 5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는 비트코인에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와 함께 변동성이 높아지는 만큼 비트코인으로 자금 유입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22일 오후 4시(한국시간) 현재 11만609달러를 기록 중이다.
전일 대비로는 2.61% 올랐으며 7일 전 대비로는 88% 오른 수준이다.
이날 비트코인은 9시25분께 11만724달러까지 치솟으며 11만달러를 최초로 돌파한 후 상승폭을 반납하며 11만 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11만달러를 돌파한 후 오후 11만1000달러까지 넘기기도 했다.
'큰손'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한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1일 기준 5월 한 달간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 유입된 자금은 36억달러(약 4조9492억원) 이상이었다.
이는 올해 1월 이후 최대 규모의 월간 유입액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가상자산 법제화 노력이 비트코인 상승랠리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미 상원에서는 미국 스테이블코인 국가 혁신 확립법(GENIUS Act)이 지난 20일 찬성 66표, 반대 32표, 기권 2표로 신속처리(cloture) 표결을 통과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미 달러화나 유로화 등 특정 자산에 가치를 고정하는 가상화폐다.
해당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일대일 준비금 보유 ▲자금세탁방지(AML) 의무화 ▲소비자 보호 ▲연방·주 규제기관 감독 등을 규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의 본질은 규제법이지만 통상 시장에서는 규제 불확실성 해소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예샤 야다브 밴더빌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영국 뉴스위크에 "지니어스 액트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한다면 이는 가상자산 시장이 주류 금융 시스템에 편입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텍사스 하원에서는 비트코인 전략자산 비축 법안을 통과시켰다.
최근 12개월 내 시가총액 5000억달러 이상인 가상자산을 장기간 보유하는 내용의 이 법안은 의회 동의를 얻으면서 텍사스 주지사 법안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주지사 서명을 완료할 경우 텍사스는 비트코인 비축을 공식적으로 허용한 미국 내 두 번째 주가 된다.
첫 번째 사례는 지난 6일 주지사 서명을 받은 뉴햄프셔다.

텍사스주가 미국 50개 주 중 경제 규모 2위 주라는 점은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다.
가상자산 전문매체인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텍사스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2조7000억달러로 미국 내 2위이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GDP 순위에서 8위 이탈리아의 GDP는 2조3765억달러였다.
12위를 기록한 한국(1조8699억달러)보다도 큰 규모다.
이런 가운데 가상자산 투자 문턱도 낮아지는 중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JP모건이 지난 19일 고객들에게 비트코인 구매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JP모건이 주최한 연례 투자자 행사에 참석해 "저는 흡연을 권장하지 않지만 당신이 흡연할 권리는 옹호한다"며 "비트코인을 구매할 권리 역시 옹호한다"고 언급했다.
단 JP모건이 직접 커스터디(비트코인 보관)를 제공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트코인의 상승세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유민 한화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고 미국 증시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금리는 아직 높은 수준이지만 달러지수는 100까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타 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시기로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고, 주정부에서도 비트코인 비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며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비트코인을 편입하기 시작하자 투자자들이 비로소 안전자산의 특성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