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경영진이 14일 채권 전액 변제 계획을 밝힌 데 대해 피해 투자자들은 “급한 불만 끄고 넘어가겠다는 파렴치한 수법”이라며 비판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서울 강서구 등촌동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파트너스가 갚겠다는) 채권이 어떤 채권을 말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전단채, ABSTB) 변제 여부와 함께 변제 일정 등이 분명하게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와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김광일 부회장 등 홈플러스 경영진은 기자간담회에서 “책임 있는 자세로 모든 채권을 변제함으로써 이번 회생절차로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협력사와 임대 점주 등에 납품대금·임대점포 정산금 등 상거래 채권을 순차적으로 변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전 비상경영을 해서라도 갚으려는 노력을 보여야 했는데 어떤 노력도 보여주지 않았다”며 “모든 채권 변제, 책임 있는 자세를 말할 자격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홈플러스의 전단채 발행이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 인지한 상태에서 이뤄진 ‘사기 행위’라는 점도 강조했다.
비대위는 “홈플러스가 전단채 신용등급이 하락한 지난달 25일 이전부터 하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며 “그런데도 전단채 발행을 방조하고 820억원의 발행자금이 카드사를 통해 모집되도록 공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의 지분 68%를 소유한 대주주인데 카드사 등을 통해 판매 중단 등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사전 공모하지 않는 한 이런 터무니없는 상거래 질서를 해치는 행위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홈플러스가 지난달 28일까지도 전단채 장외매수가 가능하도록 방치해 피해가 지속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전단채를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전단채가 물품 대금 지급을 위한 상거래 채권으로 분류되면 변제가 가능하지만, 금융채권이 되면 돌려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비대위는 “정부와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가 가져간 전단채 피해자들의 돈을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하고 우선 변제되도록 해야 한다”며 “홈플러스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사재를 털어서라도 전단채를 매입한 모든 피해자에게 피해액 전액을 즉각 반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비대위 기자회견은 홈플러스 측의 기자간담회 개최 소식에 긴급하게 진행됐다.
피해 투자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한 40대 피해자(서울 양천구)는 “증권사에서 위험성에 대한 어떤 말도 없이 홈플러스, MBK파트너스만 믿으라고 해서 10억원 넘게 투자했는데 원금 전액 손실이라는 말도 안 되는 결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며 “MBK파트너스도 일부분이라도 피해자 고통에 책임을 져야 한다.
원금만이라도 보전을 해달라”고 말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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