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추격하는 ‘D램 시장 마이너’들… 韓 2강 체제 위협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3-14 06:00:00

美 마이크론-中 CXMT 약진
삼성·하이닉스, D램 시장 점유율 75%
마이크론, 지난달 10나노급 샘플 공급
TSMC 前 회장 영입… HBM도 속도전
中 CXMT 물량 공세… 작년 점유율 5%
성장세 빨라 ‘2강1중’ 변화 가능성도

한국을 ‘반도체 강국’ 반열에 올린 D램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업계에서 수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만 허용됐던 ‘기술 선점’ 키워드를 만년 3위였던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차지하는 일이 잦아져서다.
중국의 최대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역시 최근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며 10년 이상 이어져 온 D램 업계의 ‘2강 1중’ 체제를 흔들려 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글로벌 D램 시장의 75% 이상을 차지하며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다.

이날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양사 점유율은 각각 39.3%, 36.6%이며 마이크론이 22.4%로 뒤를 이었다.
다만 마이크론의 최근 약진이 눈에 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10나노(㎚, 1㎚는 10억분의 1m)급 6세대 D램 샘플을 파트너 회사인 인텔, AMD 등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샘플 출하는 대량 양산 직전 단계로, 사실상 상용화 준비를 마친 셈이다.

이는 D램 세계 1위 삼성전자보다 빠른 로드맵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10나노급 6세대 D램을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지만 아직 개발 소식도 들리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 D램 개발 성공을 알렸고 올해 하반기 양산을 준비 중이다.

마이크론은 D램 여러 개를 쌓아 올려 만드는 인공지능(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2월 이미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인 HBM3E 8단 제품을 대량 공급하기 시작했고 12단 제품도 지난해 하반기 마무리한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이달을 데드라인으로 삼고 HBM3E 8단 제품 최종 퀄(승인)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마이크론이 최근 대만 TSMC의 마크 리우 전 회장을 이사회에 영입한 것도 HBM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우 전 회장은 TSMC를 지금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최강자 반열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HBM4부터 고객 맞춤형 공정이 필요한 만큼 마이크론이 그를 통해 파운드리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 HBM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CXMT의 약진 또한 D램 업계의 변곡점으로 꼽힌다.
최근 주요 외신들은 중국 컨설팅업체 첸잔의 자료를 인용해 900억달러(약 130조원) 규모의 D램 시장에서 2020년 0%대에 머물렀던 CXMT 점유율이 지난해 5%까지 늘었다고 보도했다.
트렌드포스는 CXMT의 D램 시장 점유율이 올해 말 12%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CXMT는 범용(레거시) D램에서 물량을 쏟아내며 시장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
공급 과잉을 유발해 D램 가격이 하락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CXMT는 HBM 시장도 넘보고 있다.
이미 2세대(HBM2), 3세대(HBM2E) 제품을 양산 중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딥시크 쇼크’ 이후 저가형 AI 모델 개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구형 HBM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호재를 맞았다.

리서치업체 테크인사이츠의 댄 허치슨 부회장은 앞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CXMT의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낮고 중국 시장 비중이 크다면서도 빠른 성장세로 ‘스노볼 효과’를 만들고 있다면서 “이는 정확히 1980∼1990년대 메모리 부문에서 한국이 일본을 몰아낸 방식”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