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준공 '힐스테이트 장안 라보니타'에 설치
높이 99mm 로봇이 촘촘히 주차
지하 깊이, 층고 감소로 공사비 절감 및 공기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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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 시내의 한 공공주택에 적용된 '엠피시스템' 모습. 정면으로 입차하면 주차로봇이 건물 안 주차보관소로 이동시키고 출차시 다시 정면 방향으로 차를 돌려 나오게 된다. /황준익 기자 |
[더팩트|황준익 기자] 삼표그룹이 로봇주차 시스템 국내 도입에 드라이브를 건다. 도심 주차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순수 국내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국내 적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표그룹은 오피스텔, 쇼핑몰, 호텔을 넘어 아파트 등 공동주택까지로 로봇주차 시장을 확대하는 방침이다.
12일 삼표그룹에 따르면 계열사 에스피앤모빌리티는 무인운반로봇(AGV) 기술이 적용된 자동 로봇주차 시스템 '엠피시스템(MPSystem)'을 서울 동대문구 '힐스테이트 장안 라보니타'에 도입한다. 엠피시스템이 국내에 적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힐스테이트 장안 라보니타는 주거용 오피스텔로 지하 6층~지상 19층, 전용면적 74㎡, 총 162호실 규모로 조성된다. 오는 9월 준공 예정이다. 에스피앤모빌리티는 이곳에 102대 규모의 로봇주차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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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고된 자동차는 주차 로봇이 수직, 수평으로 이동해 빈 곳으로 이동시킨다. /황준익 기자 |
엠피시스템은 주차 로봇과 무인운반 기술이 결합한 방식이다. 높이 99㎜의 납작한 주차 로봇이 건물 내 주차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촘촘하게 주차할 수 있다. 최대 3톤 중량의 차량도 로봇이 손쉽게 들어 올려 빠르게 이동한다. 주문 제작이 가능해 미니밴 등 차량 제원과 무관하게 주차할 수 있다.
특히 병렬 주차를 통해 빈 곳을 최소화하면서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주차 대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차 로봇이 건물 내 주차 보관소에서 모든 방향으로 진입해 이동하고 층별 수직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차량을 들어 올려 좁은 공간까지 촘촘하게 주차할 수 있다.
로봇이 직접 차량을 들어 올려 주차하는 만큼 안전사고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추락 등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기계식 주차장과 비교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여기에 내화성(불에 견디는 성질)을 지닌 콘크리트 차실 구조 설계로 화재가 확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차실 마다 스프링클러도 설치해 즉각적인 대응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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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피시스템은 주차 로봇과 무인운반 기술이 결합한 방식이다. 높이 99㎜의 납작한 주차 로봇이 건물 내 주차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촘촘하게 주차할 수 있다. 사진은 콘크리트 차실에 주차된 모습. /황준익 기자 |
효율적인 공간 활용, 안전과 더불어 지하 심도(깊이)와 층고 감소가 가능해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은 건축주에게 큰 강점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대형 쇼핑아케이드에 지하 2~7층자주식 주차장으로 설계한 것을 엠피시스템으로 변경시 지하 2~6층까지 만으로도 동일한 주차면 수를 확보할 수 있다.
차재영 에스피앤모빌리티 글로벌팀장은 "자주식이나 기계식 주차장과 달리 최소한의 공간만 확보하면 돼 기존 1대를 주차할 면적에 최소 2~3대가 가능하다"며 "지하를 1m만 덜 파도 공사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고 공사 기간도 단축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차 공간을 줄이면 그만큼의 가구 수를 늘리거나 백화점의 경우 입점 업체를 더 받는 등 분양수익 및 임대료를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주차는 국내 보다 해외에서 더 활발하다. 에스피앤모빌리티가 샘페르엠과 손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2022년 설립된 에스피앤모빌리티는 로봇주차 기술을 보유한 셈페르엠과의 합작법인이다. 셈페르엠은 2017년부터 태국과 아랍에미리트 등 해외시장에서 두각을 보였다. 해외에서 엠피시스템으로 주차하는 차량은 1만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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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피시스템' 주차 로봇 모습. 높이 99mm의 납작한 로봇이 차 밑으로 들어가 바퀴 를 들어올려 이동시킨다. /황준익 기자 |
해외 영업은 기존 셈페르엠이 수행하고 있다. 엠피시스템은 개발 초기부터 셈페르엠이 보유한 독자적 기술로 만들어졌다. 국내 영업을 담당하는 에스피앤모빌리티는 앞으로 국내 로봇주차 시장 확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궁극적으로 공동주택 도입을 목표로 한다.
현재 국내 법상 로봇주차는 공동주택에 사실상 설치할 수 없다. 기계식 주차장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다 보니 시스템의 특장점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최근 국토교통부 등 정부도 로봇주차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계식 주차 관련 규정도 로봇주차에 맞게 개정되고 있다.
'기계식주차장치의 안전기준 및 검사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주차장치에 수용할 수 있는 자동차를 모두 입고 및 출고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각각 2시간 이내이어야 한다. 기존에는 병렬주차시 2열 차량을 출고할 때 1열 차량을 회피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2시간을 계산했지만 최근 실제 출고하는 차량 시간만 포함하도록 했다. 또 방향전환장치(턴테이블)의 회전시간도 제외하고 계산하도록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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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피시스템' 개념도. 같은 공간에서 로봇주차는 21대를 주차할 수 있지만 자주식 주차(오른쪽)는 9대에 그친다. /에스피앤모빌리티 |
에스피앤모빌리티 관계자는 "로봇주차의 평균 출고시간은 2분~2분 30초로, 자주식 주차시 지하로 내려가고 차를 직접 빼는 시간 등을 아낄 수 있다"며 "최근 입·출고시간 규정이 합리적인 시간 계산으로 협의가 이뤄졌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태국 방콕을 방문해 엠피시스템이 적용된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동주택에 로봇주차 시스템이 도입되면 공간 활용도와 공사비 절감은 물론 문콕, 주차장 내 인명·물적사고 등에 따른 주민 분쟁도 예방할 수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로봇주차 시스템은 공공주택(공동주택)의 주차 공간 부족과 비효율적인 주차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대안"이라며 "다만 초기 수용성이 낮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외 실제 사례를 활용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주민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주차장을 즉시 전면 대체하기보다는 일반 주차 방식과 로봇주차 시스템을 병행하는 혼합형 운영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 방식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plusik@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