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실거래가가 50억원 이상인 초고가 아파트 매매 건수가 2.51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2월도 지난해와 비교해 거래 건수가 많아지고 가격도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슈퍼리치(초고액 자산가)'가 늘어나면서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고, 각종 규제로 자산가는 다주택자라는 전통적인 투자 공식이 깨지면서 고급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가 주택에 대한 거래 증가가 일반 아파트 시장까지 옮겨붙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0억원 이상 아파트 매매 건수는 전년 173건과 비교해 2.51배 증가한 434건으로 집계됐다.
고급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가세다.
1~2월 거래량은 전체 69건으로 전년 동기 44건과 비교하면 1.56배 많은 수치다.
초고가 주택이 즐비한 지역들에서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강남구, 서초구, 용산구를 비롯해 성동구, 여의도 등지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달 최고가 거래는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에서 나왔다.
전용면적 159.6㎡가 135억원에 새로운 집주인을 찾았다.
용산구 한남동의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44.3㎡는 102억원에 거래됐다.

거래량이 증가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116.92㎡는 이전 최고가가 62억원이었는데 지난달 71억원에 거래됐다.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면적 165㎡는 지난해 6월 52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달에는 58억원까지 가격이 뛰었다.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더힐 전용면적 235㎡는 지난해 1월 94억5000만원에서 1년 만에 109억원까지 올랐다.
최근 거래 증가는 수요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총 보유 자산이 10억원을 상회하는 이들의 수는 2018년 29만6000명에서 2023년 42만2000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자산 100억원 이상은 2만2000명에서 2만9000명으로, 자산 300억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도 5700명에서 1만여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현대차증권은 "현재 입주 가능한 신축 고급주택이 적은 반면, 이를 매매할 수 있을 정도의 부를 지는 자산가들은 증가하고 있다"며 "고급주택 시장은 한동안 공급 대비 수요가 많은 시장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자산가=다주택자'라는 공식이 깨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고급 주택 한 채를 사서 거주하는 대신, 다른 자산에 자금을 투입하는 자산가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영끌(대출을 끌어모아)'로 '똘똘한 한 채'를 구입하는 이들과는 다른 목적이나, 한 채만 보유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과거와는 투자에 대한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라며 "실거주를 할 집 한 채를 가지고 나머지로는 증권, 가상자산 등 금융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최근 트렌드"이라고 말했다.
올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을 해제하고 종합부동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까지 낮춘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달 서울시가 토허구역 해제를 결정하기 이전부터 고급 주택 거래량은 증가세였고, 토허제 해제 수혜 지역 외에 용산구·성동구·여의도에서도 거래는 활발했다.
전문가들은 초고가 주택 거래 증가가 일반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희소성이 부여되는 고급 주택의 경우 수요층이 일반 시장과는 전혀 다르다"라며 "고급 주택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격대가 낮아지지 않는 한 이 두 시장은 별개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상급지 고급 주택의 경우 계속 수요가 있다 보니 거래량과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라면서도 "일반 아파트 시장의 경우 부동산 침체 등 이유로 인해 매도자가 더 많아 고급 주택 거래량 증가라는 온기가 다른 지역으로는 퍼지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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