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기차 판매 2019년 대비 6배 증가…내연기관 대비 수리비 20%↑
해외서는 EV 전용 보험 출시…국내 손보사도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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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관련 리스크를 대비해 전용상품 출시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현대자동차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손해보험사들도 리스크를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전기차가 배터리 손상, 화재로 인한 손실 등으로 내연기관차 대비 수리비가 높고 전손 처리 확률이 높아, 해외사례처럼 전기차 관련 전용 상품을 출시하고 관련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전 세계 전기 승용차 판매 대수는 1380만대로 지난 2019년(210만대)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810만대, EU 245만대, 미국 139만대로 판매량의 약 90%가 중국, 유럽, 미국에 집중됐다. 한국의 경우 16만2000대로 집계됐다.
특히 세계 각국은 전기차 확대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는 추세다. 중국은 오는 2035년까지 공공 부문 차량을 전면 전기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정책을 발표했으며, 전기차 구매 시 차량 취득세 면제 등 다양한 구매 지원책을 시행 중이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전기차 구매 시 차량 유형에 따라 최대 7500달러까지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전기차의 경우 일반 내연기관차 대비 사고·수리 시의 리스크, 배터리 리스크 등으로 인해 수리비가 높아 자동차보험의 리스크도 높아질 수 있다는데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의 평균 수리 비용은 내연기관차보다 20% 높고, 평균 수리 기간은 14% 긴 것으로 집계된다. 전기차 수리에 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고 배터리 가격이 높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배터리의 경우, 리튬이온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충격에 취약해 차량 충돌뿐만 아니라 도로 요철로 인한 충격에도 손상 가능성이 있으며, 사고 시 금속 프레임이 변형되면 배터리 기능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워 전체 교체가 필요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리튬이온 배터리는 매우 무거운 부품으로, 차량의 평균 중량이 증가함에 따라 사고 발생 시 사망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전기차 사고 차량은 배터리 손상 위험으로 인해 주행 상태로 이동할 수 없고, 운송 중 자연 발화 가능성도 있다. 화재가 나면 배터리 열폭주로 인해 화재 발생 시 주변 차량으로 불이 옮겨붙을 위험이 커 진압이 어려울 수도 있다.
높은 출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고 위험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전기차는 정지 상태에서도 빠르게 가속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운전자가 급격한 속도 변화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해 충돌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전기차 특성과 리스크에 대비해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보험회사들이 전기차 특화 상품을 출시하고, 보험 중개사 협회도 전용 보험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 손해보험회사 '올스테이트'는 EV 보험과 주택 보험을 함께 가입하면 보험료를 최대 25% 할인해주는 연계상품을 출시했으며, 영국 손해보험회사 '엘브이이퀄(LV=)'은 지난 2022년부터 전기차 보험, 차량 리스, 충전기 설치 등을 포함한 패키지 서비스인 '일렉트리X(ElectriX)'를 제공gksek.
영국 보험 중개사 협회는 보험사 '노보인슈어런스'와 협력해 지난해 4월부터 전기차 특화 자동차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협회는 사고 발생 시 특수 부품 수급 및 수리 절차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보험사는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역할 분담을 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도 전기차 대수가 늘어나는만큼, 손보사들의 관련 상품 출시 등 리스크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는 전기차 전용 보험은 없으며, 자동차보험 내 이부 전기차 관련 할인 특약이 있다.
삼성화재는 친환경 자동차(전기, 하이브리드) 최대 5% 할인을 제공하며 현대해상은 친환경 자동차 보험료 3% 할인, 고전압 배터리 보장 특약을 지원한다. DB손해보험은 친환경차 특약(전기, 수소차)으로 최대 10% 할인, KB손해보험은 전기차 충전 중 사고 보장, 자차보험료 5% 할인 등을 제공한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는 기본 차보험에 전기차일 경우 보험료를 다소 비싸게 책정하고 있는데, 전기차의 특성상 내연기관 대비 리스크가 높아 전용 상품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윤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 중국, 일본 등 각국 정부는 오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규제를 확정했거나 추진 중이며, 세계적 추세에 따라 국내에서도 전기차로의 전환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내 보험업계는 새로운 보험 모델 도입과 서비스 혁신 추진, 전기차 전용 손해사정 기준 마련, 전기차 전용 수리 기술·전문가 육성 등 전기차 시장 확대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