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發)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에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뉴욕증시가 폭락한 데 이어 국내 증시도 큰 폭의 하락세로 출발하며 공포감이 번지는 모습이다.
11일 오전 9시40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44.80포인트(1.74%) 하락한 2525.59를 기록 중이다.
코스닥은 11.55포인트(1.52%) 하락한 714.27이다.
두 지수 모두 2% 넘는 하락세로 출발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하락세다.
삼성전자는 1% 넘게 하락 중이고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은 3%대, 현대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대 낙폭을 보이고 있다.
전일 뉴욕 주식시장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90.01포인트(2.08%) 내린 4만1911.71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55.63포인트(2.69%) 하락한 5614.56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727.9포인트(4.0%) 폭락한 1만7468.33으로 장을 마감해 2022년 9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일간 낙폭이 가장 컸다.
종목별로는 대형 기술주 급락세가 두드러졌다.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15.43% 폭락했다.
2020년 이후 하루 낙폭 기준 최대 수준이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는 5.07% 내렸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각각 4.41%, 4.42% 하락했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전거래일 대비 19.04% 오른 27.81포인트까지 치솟았다.
관세 정책 불확실성에 안전자산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국채 가격은 뛰고 채권 금리는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0bp(1bp=0.01%포인트) 내린 4.21%,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일보다 10bp 내린 3.89%까지 내려왔다.
경기 침체로 Fed가 통화완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국채 금리를 끌어내리는 중이다.
경기 침체를 감수하더라도 관세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취지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에 뉴욕 증시에 이어 국내 증시도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그런 일을 예측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우리는 미국에 부를 되찾아 오는 매우 큰일을 하고 있고 이런 일에는 과도기가 있다"고 답했다.
관세 정책 강행 고수를 시사하면서 일시적인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상호관세 시행 의지도 재확인했다.
같은 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또한 오는 12일 미국으로 들어 오는 모든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월가 대형 은행들은 관세 정책 불확실성 속에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췄다.
골드만 삭스는 이날 무역 정책이 상당히 부정적이라며 미국의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연초 2.4%에서 1.7%로 햐향 조정했다.
미국이 향후 12개월간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은 종전 15%에서 20%로 올려잡았다.
JP모건은 경기 침체 확률을 종전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모건스탠리도 이미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낮춰잡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이 물가 상승, 소비 위축, 기업 투자 감소, 성장률 하락 등으로 이어질 것이란 R의 공포가 급속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모틀리 풀 에셋 매니지먼트의 셸비 맥패딘 투자 분석가는 "행정부가 진지한 표정으로 목표는 고통을 초래할 것이라고 처음으로 말하고 있다"고 했다.
펜 뮤추얼 에셋 매니지먼트의 조지 치폴리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금 행정부는 지난 정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우리를 잠재적인 경착륙으로 이끌 수 있다"고 봤다.
증시 전망 하향도 잇달았다.
모건스탠리는 경기 침체 조짐이 나타나면 S&P500 지수가 최대 20%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미국 주식 전략 책임자는 "성장률이 더 크게 하락하고 경기 침체가 온다면 S&P500 지수는 현재 수준에서 거의 20% 하락할 수 있다"며 "우리는 거기에 있지 않지만 상황은 빠르게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JP모건은 S&P500 지수가 5200, 씨티그룹은 55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10대 주요 은행은 지난해 12월만 해도 S&P500지수가 2025년 연말 10% 상승한 6550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한편 이번 주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재개 시점을 좌우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지표도 잇달아 공개된다.
오는 12일에는 소매물가인 소비자물가지수(CPI), 13일에는 도매물가인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나온다.
2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2.9% 올라 전월(3%) 대비 상승률이 완화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달 PPI는 전월 대비 상승률이 0.3%로, 역시 직전월 수치(0.4%)를 하회했을 전망이다.
고물가가 고착화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오는 18~19일 예정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전 발표되는 마지막 인플레이션 지표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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