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 25% 관세 한 달 유예…업계 한숨 돌려
정부, 민관 공동 대응 강화…수출시장 다변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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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을 통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 1개월간 관세를 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AP·뉴시스 |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가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일시적 유예에 불과한 만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도 한미 협상을 통해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며 업계와 공동 대응에 나섰다.
7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을 통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 1개월간 관세를 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무역협정과 관련한 미 업계 요청에 따라 기업들이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USMCA를 활용해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무관세로 들여오고 있다. 따라서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생산 비용 증가로 인해 차량 가격이 수천 달러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강하게 반발해왔다. 미 의회 역시 여야를 막론하고 관세 재고를 촉구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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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조지아주에서 본격 가동되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공장(HMGMA)을 통해 연 30만대 규모의 추가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향후 이를 50만대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 |
◆국내 자동차 업계, 일단 안도…불확실성 지속
관세 유예 소식에 따라 북미 자유무역 혜택을 활용해온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당장 급한 불을 끈 모양새다. 특히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을 기반으로 미국에 차량을 수출해온 기아는 이번 조치로 가장 큰 숨통이 트였다. 기아의 멕시코 공장은 연간 4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지난해 약 25만대를 생산해 미국 등으로 수출했다. 현대차 역시 캐나다와 멕시코산 부품을 활용해온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등 협력 부품사들과 함께 추가 비용 부담을 덜게 됐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관세 유예는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더욱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올해 조지아주에서 본격 가동되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공장(HMGMA)을 통해 연 30만대 규모의 추가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향후 이를 50만대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앨라배마 및 조지아 공장까지 포함해 현대차그룹은 최대 120만대에 달하는 차량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게 돼 관세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정부, 민관 공동 대응 태세 강화
정부도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에서 '자동차 민관 대미협력 TF 회의'를 개최하고 미국의 관세 부과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0.5% 증가한 1278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 수출은 683억달러 중 미국 비중이 50.8%에 달해,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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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에서 '자동차 민관 대미협력 TF 회의'를 개최하고, 미국의 관세 부과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더팩트 DB |
이날 참석자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 및 글로벌 경쟁 심화로 인해 한국 자동차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며 국내 부품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수출 시장 다변화 △부품 산업 생태계 지원 △유동성 및 정책 자금 지원 등의 대응 방안을 정부에 요청했다.
관세 부과 가능성으로 인해 철수설이 다시 제기된 한국GM은 산업부와 비공개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산업부는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 다음 달 중으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미국이 이번에 자동차 관세 부과를 한 달 유예했지만 다음 달에는 한국산 자동차에도 동일한 관세 압박이 가해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산 자동차 한 대당 약 5000달러(약 72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모두 반영하기 어려운 만큼 제조사가 상당한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이에 국내 생산 모델의 수익성이 급감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생산 물량 축소나 현지 공장 이전이 불가피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이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자동차 생산이 연간 최대 90만 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자국 산업 보호를 내세운 미국의 관세 정책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주요 자동차 수출국들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유럽연합(EU)은 미국이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단호하고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hy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