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건설인 전문성 향상·권익증진 등 위해 설립된 한여건
"건설업계 유리천장, 실력있다면 영향 덜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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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경 한국여성건설인협회 회장은 "건설은 여성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한국여성건설인협회 |
[더팩트 | 공미나 기자] "건설업은 여러 분야가 코워킹(co-working)을 하는 산업이에요. 그래서 고도의 섬세함을 필요로 하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건설업은 여성이 잘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죠."
건설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5%가량을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 중 하나다. 다만 몸을 쓰는 일이 많은 탓에 오랜 시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남성만 이 분야에서 잘할 수 있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한국여성건설인협회는 말한다.
여성의 날을 앞두고 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DB금융센터 27층 DB알파플러스클럽에서 만난 박보경 한국여성건설인협회 회장과 주보영 한국여성건설인협회 수석부회장은 "건설업은 여러 분야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종합적인 기술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복합산업"이라며 "상대를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난 여성은 큰 강점을 갖췄다"고 말했다.
여성 건설인은 더디지만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 따르면 여성 건설기술인은 매년 조금씩 늘어나 지난해 3분기 기준 15만3815명으로 전체의 15.1%를 차지했다. 주 부회장은 "건설 관련 전공을 선택하는 여성의 비율이 올라고 있다. 목공과 도장 등 섬세함이 필요한 분야는 여성 증가세가 특히 눈에 띈다"며 "건설업이 점점 더 고도화되면서 여성이 이 업계에서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건설인협회(한여건)는 이러한 여성 건설인의 전문성 향상과 권익증진, 이들의 전문 분야의 능력을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2002년 설립된 협회다. 건축, 토목, 설비, 전기, 도시계획, 환경, 조경, 실내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건설분야에서 연구 또는 실무를 하는 여성 전문인들이 모인 곳이다.
여전히 남성중심적 문화가 지배적인 건설산업에서 여성이 인정받으며 일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박 회장은 실력과 열정이 있다면 이러한 차별을 조금 덜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유리천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정말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면 차별을 조금 덜 받을 거라고 말할 수 있어요."
각각 건설업계에 종사한 지 40년, 30년 가까이 됐다는 박 회장과 주 부회장이 이를 증명한다. 박 회장은 "긴 시간 묵묵히 내 일에 집중하며 살아오니 지금의 자리에 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임신과 출산·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위한 지원은 필요하다는 것이 한여건의 입장이다. 박 회장은 "'경력 단절 여성'보다 '경력 보유 여성'이라고 바라봐야 한다"며 "정부나 회사 차원에서 이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실질적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이러한 여성들에게 중간중간 단기적으로라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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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영 한여건 부회장은 여성 건설인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국여성건설인협회 |
한여건은 이처럼 실력 있는 여성 건설인들이 뭉쳐 서로를 이끌어주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박 회장은 "'여성이라서 특별한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성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협회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한여건은 여성 건설인의 전문성 향상, 권익증진 외에도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 건설'에 부합하는 사업을 발굴하고 시행해 왔다. 다른 여성 단체들과 모여 취약계층을 후원하는 '도시등대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여성을 비롯해 어린이, 노인 등 약자의 권익증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30 건설인을 위한 '차세대 리더스 캠프'를 15년째, '건설업 ESG 전략 세미나'를 3년째 여는 등 교육사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박 회장은 "업계 종사자와 학생들이 만나 멘토링을 하기도 하고 협회 내에서도 20년 이상 종사한 대선배들과 어린 후배들이 만나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며 "업계 후배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고 후배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앞으로 업계를 이끌어 나갈 여성 건설인들에게 두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은 자신과 일을 사랑하며 나아가라는 것이다. 건설업을 '네모난 남자들을 설득하는 일'이라고 표현한 주 부회장은 "힘들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매 단계 성실히 나아가다 보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것"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40년 가까이 일하며 내 일에 몰두하느라 바깥 세계를 보지 못했다. '남초 업계라 못 하겠다'는 걸 깨달았다면 빨리 그만뒀을 수 있다"며 "지금이 힘들다면 그건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다. 고통을 참으면 언젠가 내가 목표한 지점 혹은 비슷한 곳에 도달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 건설인들과 함께 앞으로 한여건도 건설도 더 도약하고 나아질 내일을 희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