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결정을 전격적으로 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해당 펀드 출자자(LP)들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홈플러스에 투자한 펀드가 이미 상당한 수익률을 거둔 상태기 때문에 오히려 포트폴리오 내 '아픈 손가락'을 빨리 잘라내는 것이 이득이라는 입장이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가 홈플러스에 투자한 3호 블라인드펀드 내부수익률(IRR)은 이미 20% 후반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MBK가 지난 4일 서울지방회생법원에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법원이 당일 바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서 MBK의 전문 경영 능력과 투자 역량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지만 LP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LP들은 지난해와 재작년에 걸쳐서 홈플러스 투자 건에 대해 전부 또는 일부 상각 처리를 끝냈다.
출자자들도 홈플러스에서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없다고 본 셈이다.
오히려 일부 LP들은 이익을 회수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으니 MBK가 무일푼을 남기면서라도 빨리 홈플러스에서 빠져나오길 바라는 경우도 있다는 후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미 펀드는 수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홈플러스가 포트폴리오에 남아있는 게 오히려 불편하다는 투자자들도 있다"라며 "빨리 홈플러스 투자에서 엑시트하면서 내부 보고나 회의에서 계속 거론되지 않길 바라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이미 3호 펀드는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
ING생명, 대성산업가스, 두산공작기계, 일본 소재 기업인 아코디아 넥스트 골프 등의 투자 회수에 성공했다.
두산공작기계는 2016년 1조1300억원에 인수한 지분 100%를 2022년 DN오토모티브에 2조4000억원에 팔면서 두 배 이상 수익률을 기록했다.
홈플러스의 투자 실패 처리는 큰 부담이 아닌 셈이다.
때문에 MBK가 회생 절차 진행 중인 홈플러스를 통매각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회생회사 인수합병(M&A)은 법원이 주관하면서 다소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지만 어차피 정상화가 어렵다면 빠르게 발을 빼는 것도 방안이기 때문이다.
티몬 및 위메프도 회생절차를 시작하자 마자 회생계획안 인가 전에 M&A를 진행했다.
그나마 알짜사업이던 기업형슈퍼마켓(SSM) 홈플러스익스프레스도 회생절차가 시작되면서 매각이 중단됐다.
회생절차에 돌입하면 회사 자산이 동결되기 때문에 분할 매각도 사실상 어렵고, 회생 종결 후 진행한다고 해도 제 값을 받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의 한 파트너는 "MBK가 홈플러스의 주식 가치를 제로로 본다면 충분히 회생 절차중 진행할 수 있다"라며 "홈플러스는 자산이나 부채가 거의 비슷해 MBK가 건질 것이 없고, 성장성이 있는 산업도 아니라 운용사(GP)와 출자자(LP) 모두 실패한 투자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빨리 빠져나올 생각을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MBK 관계자는 "일단 홈플러스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고, 회생 중 매각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펀드 수익률에는 부담이 되지 않지만, 향후 다른 사안에 미칠 나비효과는 상당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MBK 측은 고려아연에 보다 전문적인 경영 능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MBK는 최 회장이 2019년 취임 이후 5년 동안 약 1조3000억원을 원아시아파트너스 등 개인 친분이 있는 사모펀드에 출자하거나 본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영역에 투자하면서 회사 자본을 비효율적으로 썼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하지 않고 엑시트만 한다면 MBK가 그간 최 회장을 공격하던 논리에 정당성이 무너질 수 있다"라며 "홈플러스 투자는 잘 무마할 수 있어도 더 큰 건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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