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면 국내총생산(GDP) 중 사회복지에 쓰는 지출이 28%에 육박하는 가운데, 재정지출을 효율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담은 재정 준칙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령화와 초저출생이 함께 겹치면서 재정부담이 나날이 늘고 있는 만큼, 최소 10년 뒤 장기 전망 시나리오를 상세히 그려놓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 효율화 대책을 준칙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홍석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소한 10년 이상의 미래 재정 전망과 늘어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나리오를 담은 재정 준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긴 호흡의 재정 청사진을 그려 놓고 국가가 늘어나는 재정지출 소요 부담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도 함께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2024 재정포럼 12월호'의 '사회복지 지출 전망과 재정준칙 도입의 필요성' 보고서에서 인구구조 변화 속에서 급증할 복지 지출 부담에 대한 미래세대의 수용을 끌어내려면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원칙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10년 뒤 인구구조 변화가 세입과 세출에 미칠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 지출 증가를 어떤 속도로 조정해야 하는지, 국민부담률은 어떤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게 적절한지, 증세가 필요하다면 그 증세의 세목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채무를 늘려야 한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등에 대한 계획을 준칙 안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이런 재정 효율화 방안을 담은 준칙이 구속력 있게 작동해야, 증세가 필요한 순간에도 미래 세대를 설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정 준칙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고령사회가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고령인구 비중 전망치를 근거로 해 앞으로 약 10년 정도의 복지 부담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를 추계했다.
2035년에는 GDP 중 사회복지지출 비율이 28%에 달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상위 수준이다.
지난해 15.5%였는데 10여년 만에 2배에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지금부터 어떻게 재정을 마련해 지출에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대비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구속력 있는 재정 준칙이 필요하단 거다.
아직 한 번도 법제화된 적이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령화는 심화한다.
그러면 재정을 아끼자거나 지출을 줄여나가자는 말에 힘을 얻기가 힘들어진다.
지금이라도 적어도 10년 이후 장기에 재정이 어떻게 될지를 가늠해보고 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구속력 있는 제안을 만들어야 한다.
-기획재정부에서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향후 5년 이상 기간에 대한 재정에 대한 전망을 담는다.
지난 2020년에 2060년까지의 재정 변화를 예측한 장기재정 전망도 했었다.
(다만 장기재정 전망은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재정 전망은 아니다.
)
▲기재부가 주기적으로 내놓는 전망은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5년 단위로 수립된다.
그런데 5년은 너무 짧다.
우리나라 인구 고령화 속도가 너무나도 빠르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국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20% 정도를 차지하는데 10년 뒤면 30%가 된다.
2035년이 되면 한국이 거의 유일하게 40%를 넘어선다.
저출산이 유례없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즉 10년 정도 긴 호흡으로 향후의 재정 청사진을 내놓고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 담는 재정 준칙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늘어나는 재정 지출 수요에 맞춰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재정 준칙과 어떻게 달라야 하나? 정부는 재정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해 2022년 9월 재정 준칙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재정 준칙 법제화를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9월 국회에 제출했다.
(재정 준칙 도입안은 예산안 편성 시 관리재정수지 -3% 한도를 설정하되,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수지 한도를 -2%로 축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전쟁ㆍ재난, 경기침체 등 예외 상황에는 준칙 적용을 면제할 수 있도록 하여 위기 시 재정의 역할을 다하도록 했다.
)
▲현행 재정 준칙은 수치 중심이다.
숫자로 못 박아 놓고 -3%로 한도를 제한한다는 원칙을 못 박아놨다.
하지만 단순히 상한을 두는 것만으로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일종의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된다.
인구구조 변화가 세입과 세출에 미칠 영향을 엄밀하게 따지고, 지출 증가를 어떤 속도로 조정해야 하는지, 국민부담률은 어떤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게 적절한지, 그리고 필요한 재정 확보 방안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원칙 수립이 필요하다.
향후 어떤 시나리오가 나타날 때 증세를 한다거나, 그 증세의 세목은 무엇이어야 한다거나, 채무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등에 대한 원칙을 세워 놔야 한다.
전반적인 원칙과 함께 세부적인 전망, 이에 따른 계획이 담보되어야 한다.
-재정지출을 감당할 수 있게 구조화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우선 건강보험이나 기초연금 재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소위 ‘의료쇼핑’ (같은 증상이나 질환에 대해 여러 병원을 반복해 방문하면서 진료받는 행위. 주로 본인부담금이 낮거나 건강보험 혜택이 좋아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경우에 발생한다)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건강보험 시스템을 개편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전체 노인의 70%에게 모두 연금을 주는 기초연금 체계를 개편하는 내용 등을 고민해야 한다.
취약한 노인들에게만 집중적으로 연금 혜택을 주는 방안으로 재정 지출을 줄여나갈 수 있다.
-증세가 대안이 되긴 힘든가?
▲증세는 정치적으로 쉬운 선택이 아니다.
젊은 층은 반발할 것이다.
그럼에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선 지출 효율화를 충분히 하는 것이다.
재정 지출의 구조조정을 충분히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돈을 더 내라고 한다면 누가 찬성하겠나. 우선 지출을 효율화한 다음에 증세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한국처럼 출산율이 낮고 급격한 인구 고령화를 겪었던 일본은 국가채무를 높여 정부지출 증가에 대응했다.
2021년 일본의 사회복지지출은 GDP의 25%를 넘어섰는데, OECD 평균보다 12% 높은 수준이었다.
일본의 국민부담률은 32%로 OECD 평균보다 6.3%포인트 낮다.
경기부양과 사회복지 목적의 비용은 증가했지만, 세수 확보가 어려워진 결과였다.
그 결과 2023년 기준 일본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55%로 OECD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일본처럼 국가채무와 증세 사이의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것이다.
세수 여건은 어려워지는데 지출 수요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철이 될수록 증세를 위한 합의를 끌어내긴 어려워질 것이다.
2045년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은 37%를 넘어서면서 최고령 국가인 일본을 추월한다.
지금 우리가 재정 준칙을 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초고령사회에서 복지지출 부담을 짊어질 미래세대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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