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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집행 탓에 멀쩡한 예산도 삭감"…편법 쓰는 지자체

신속집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갖가지 편법을 활용하고 있다.
집행이 불가능한 예산을 아예 삭감해버리고, 손쉽게 지출할 수 있는 비품을 대폭 늘리는 식이다.
경기를 부양한다는 신속집행의 원래 목표가 퇴색되는 만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속집행 안 되니 예산 깎는 지자체

6일 아시아경제가 여러 시·군·구로부터 확보한 ‘신속집행 추진계획’ 문건에 따르면, 일부 지자체는 할당된 신속집행률을 달성하기 위해 꼼수 방안을 마련했다.
신속집행은 경기를 살리기 위한 일종의 보강책으로 예산을 상반기에 집중 투입하는 제도다.
올해 정부는 중앙 67%, 지방 60.5%의 역대 최고 신속집행 계획을 세웠다.


지자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꼼수는 예산 삭감이다.
신속집행률은 전체 ‘목표액’에서 실제 ‘집행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 계산한다.
집행액을 최대한 늘리는 게 좋은 방법이지만, 여의찮을 경우 목표액을 줄여버린다.
그러면 지출한 돈은 똑같아도 신속집행률 지표는 좋아진다.
행정안전부의 평가 기준도 액수가 아니라 비율이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없다.


경기도의 A시는 이런 사각지대를 이용해 지난달 말 신속집행 목표액을 줄였다.
원래 상반기에 3653억원을 신속집행하는 게 목표였지만, 이를 160억원 줄인 3493억원으로 재편성했다.
신속집행 평가 대상이던 부서를 제외하는 방법을 썼다.
경북의 B군은 추가경정예산을 준비할 때 사업의 집행 가능 여부를 별도 조사하기로 했다.
집행이 어려운 사업이 발견되면 예산을 깎아서 목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축소할 계획이다.


지방직 공무원들은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만 모를 뿐 대부분의 지자체가 신속집행을 고려해 예산을 줄인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이 지난해 8월27일 국회 토론회에서 공개한 설문에 따르면 1508명의 공무원 중 43.4%가 ‘의도적으로 본예산을 과소편성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대체로 그렇다는 답변까지 합하면 전체 68.6%가 신속집행을 위한 예산축소가 있다고 평가했다.


1년치 장애인 급여도 한 번에 투입

거꾸로 신속집행이 쉬운 부문의 예산을 대폭 늘리는 방법도 있다.
의자나 비품부터 수행차량까지 상반기에 당겨쓰는 것으로 꾸리면 신속집행률을 높일 수 있다.
내부 직원들의 수당이나 복지비도 최대한 빨리 집행하는 게 관례다.
굳이 신속집행을 하지 않아도 불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주민급여나 각종 지원비도 마찬가지다.
경기부양에 큰 효과가 없어도 신속집행 지표 상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상반기에 최대한 몰아 써야 한다.


이렇다 보니 신속집행에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는 부문은 경제나 건설부서가 아니라 내부관리를 담당하는 부서다.
대전의 C구는 1분기 신속집행 목표액 540억원 중에서 자치행정을 담당하는 국에서 161억원을 쓴다.
직원 복지나 주민등록, 문화생활을 담당하는 부서가 신속집행의 30%가량을 책임진다는 뜻이다.
반면 국내총생산(GDP)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경제(49억원), 건설(86억원) 등의 부서는 신속집행 금액이 적었다.


꼼수를 함께 쓰면 신속집행 실적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광주 D구의 2021년 신속집행률은 157.8%로 지자체 1위였다.
장애인활동급여 289억원을 상반기에 전액 지출하고 영유아보육료지원금 433억원의 72%를 쏟아부은 덕택이다.
하지만 지출명세를 보면 눈속임에 가깝다.
이 예산은 장애인 혹은 부모가 직접 받은 게 아니라 관련 단체가 받았다.
장애인이나 영유아 부모들은 신속집행 이전과 동일하게 매달 급여를 받았다.
돈을 가지고 있는 주체만 바뀌었을 뿐 경기부양 효과는 거의 없는 셈이다.


행안부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평가지침을 일부 바꿨다.
올해부터는 실적을 평가할 때 국내총생산(GDP)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실 집행이 이뤄지는 부문에 가중치를 준다는 방침이다.
다만 신속집행 목표치를 세워야 하는 지자체들은 올해도 어쩔 수 없이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의 E구도 올 1분기 건설(6%), 건축(8%)의 신속집행률이 부진해지자 돈을 쓰기 쉬운 복지정책(276%) 부문의 신속집행률을 끌어올렸다.


이처럼 지자체가 경기를 살리기보다 숫자 달성에만 급급하다 보니 신속집행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앙정부의) 신속집행은 제한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너무 많은 비목이 신속집행 대상인데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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