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두 달째 줄어 4090억달러 선으로 내려섰다.
2020년 5월(4073억1000만달러) 이후 최저치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4000억달러에 근접했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데는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왑 규모 확대 등이 영향을 줬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092억1000만달러로 전월 말 4110억1000만달러 대비 18억달러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이 4100억달러를 밑돈 건 2020년 5월 4073억10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4년9개월 만이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021년 하반기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2021년 10월 말 4692억달러를 기록한 외환보유액은 2022년부터 본격화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상 등에 영향을 받으며 규모를 줄였다.
지난해엔 월말 기준 4122억~4199억달러에 머물렀다.
지난해 10월과 11월엔 2개월 연속 감소했다.
트럼프발 미국 통상 정책 불확실성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외환 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 매도에 나선 영향이다.
지난해 12월엔 분기 말 외국환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한은에 달러를 집중적으로 예치하면서 외환보유액이 증가 전환했으나 올해 들어 두 달째 감소세를 보이면서 4090억달러 선으로 내려앉았다.
지난달 외환보유액 감소엔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왑 규모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외환 스왑은 통화 교환 형식을 이용하는 단기적인 자금 융통 계약이다.
외환 당국은 외환 시장이 불안정할 때 외환 스왑 거래를 통해 국민연금의 현물환 매입 수요를 흡수, 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외환 스왑을 통한 해외 자산 환헤지로 해외 투자 시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말 외환 당국은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왑 거래를 올해 말까지 연장하고, 한도를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증액했다.
외환당국은 2022년 9월 국민연금과 100억달러 규모 외환 스왑 계약을 맺은 후 그 규모를 지속해서 키웠다.
한은 관계자는 "스왑거래 기간에는 외환보유액이 거래금액만큼 줄어들지만, 만기가 되면 자금이 전액 환원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외환보유액 감소는 일시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간 강세를 보이던 미국 달러화 지수는 2월 중 약 0.5%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상 달러 인덱스는 1월 말 107.80에서 2월 말 107.24로 내렸다.
달러화 약세로 인해 기타통화 외화자산을 달러화로 환산한 금액은 늘어 외환보유액 감소 규모를 줄이는 역할을 했다.
외환 당국의 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역시 외환보유액 감소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
한은 관계자는 "월말 기준으론 달러화 강세가 꺾였으나 2월 중 급격한 변동이 발생했을 땐 외환 당국의 환율 방어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 구성항목 중 국채와 회사채, 정부기관채 등이 포함된 유가증권은 전월 말 대비 46억4000만달러 줄어 3573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유가증권 비중은 전체 외환보유액의 87.3%다.
예치금은 27억1000만달러 늘어 280억1000만달러를 나타냈다.
전체의 6.8%다.
이 밖에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특별인출권(SDR)은 지난달 말 148억4000만달러로 3.6%, 금은 47억9000만달러로 1.2%, IMF 포지션은 41억9000만달러로 1.0%를 각각 차지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는 지난 1월 말 기준 세계 9위를 유지했다.
1위는 중국으로 3조2090억달러를 보유했다.
일본이 1조2406억달러로 2위, 스위스가 9173억달러로 3위였다.
인도(6306억달러)와 러시아(6208억달러), 대만(5776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343억달러), 홍콩(4215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9위권 국가 중 외환보유액이 전월 대비 감소한 곳은 인도(-51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23억달러), 한국(-46억달러) 등 세 곳이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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