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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입찰 복마전] 최저가 허들에 '답정너' 낙찰 반복...피해는 시민 몫

A train running on the Daegyeong Line of the Daegu Metropolitan Subway system Courtesy of Hyundai Rotem
선진 철도 시장을 뚫은 현대로템의 철도 모습[사진=아주경제 DB]

'K-철도' 기술력이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 국민들은 저가 중국산 부품으로 제작된 열차와 지하철을 이용하며 매일같이 사고·고장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철도당국이 최저가 입찰제라는 허들을 거두지 않아 업체들도 납품 단가를 맞추느라 품질을 살필 여력이 없는 게 근본적인 이유다.
전문가들은 높은 철도 기술력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교통공사가 발주한 지하철 1·4·8호선 노후 차량 220칸 교체 사업은 '2단계 경쟁입찰' 방식을 동원했지만 사실상 우진산전이 단독으로 입찰에 나서 사업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 물량은 1호선 160칸(16개 편성), 4호선 30칸(3개 편성), 8호선 30칸(5개 편성) 등으로 사업 규모는 3000억원 안팎이다.
지난해 서울교통공사가 발주한 사업 중 최대 규모다.
 
철도 운영사들은 새로운 열차를 도입할 때 '협상에 의한 계약'과 '2단계 경쟁입찰' 중 하나를 선택한다.
최저가 입찰제로 불리는 2단계 경쟁입찰은 △제품 수량과 품질 △보유 기술 △신용평가등급 △납품 지연 여부 등 기술 평가를 통과한 업체 가운데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한 곳을 낙찰자로 정하는 방식이다.
열차 구매 비용을 낮출 수 있어 철도 운영사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업과 관련해 현대로템은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참했고 다원시스는 기술 평가 점수 미달로 참가 자격을 잃었다.
결국 우진산전 단독 입찰로 끝나면서 상향 평준화된 기술을 저렴하게 활용한다는 최저가 입찰제 취지가 퇴색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가 입찰제 때문에 대기업은 해외로 나가고 중소기업들은 저가 중국산 부품을 써가며 무리하게 사업권을 따내다 보니 잦은 고장, 납품일 지연 등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교통공사도 제도 개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설명이다.
다른 입찰제를 도입하려면 요금 인상이 수반돼야 하는데 철도 운임은 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이라 운영사가 자체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
서울교통공사는 매년 적자가 누적돼 지난해 당기순손실만 723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5173억원) 대비 40% 늘어난 규모다.
 
철도업계는 최저가 입찰제가 적자 시공, 편법·탈법 행위, 무리한 공기 단축, 산재 사고 증가 등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K-철도'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철도 선진국에서는 앞선 이유들로 1990년대 중반 이후 최저가 입찰제를 폐지한 상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저가에 맞추다 보니 국내 고용이 줄어들 뿐 아니라 중소 부품업체와 동반 성장하는 것도 요원한 상황"이라며 "업력이 짧고 검증도 안 된 중국산 저가 부품은 애프터서비스(AS)가 어렵고 유지 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어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아주경제=한지연 기자 ha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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