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간 구광모 회장 “젊은 미래 시장… 새 30년 도약하자”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3-05 06:00:00

인구 대국 찾아 성장 전략 모색
LG, 가전 현지화 전략 영토 확장
나흘간 생산공장·연구소 등 방문
‘1등 위한 골든타임·R&D’ 강조
2030년 세계 3위 경제대국 전망
美 관세 폭탄따라 대체시장 부상
신동빈 등 주요 총수들도 인도행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최근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를 찾았다.
구 회장은 현지 생산공장과 유통 매장, 연구소를 점검하며 ‘제2의 도약’을 위한 성장 전략을 모색했다.
최근 인도가 미래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구광모 회장을 포함한 주요 그룹 수장들이 잇달아 인도를 방문하고 있다.

LG그룹은 구 회장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와 수도 뉴델리를 방문해 연구개발(R&D)·생산·유통에 이르는 가치사슬 전반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현지 직원들을 만났다고 4일 밝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 네 번째)이 인도 벵갈루루 소프트웨어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LG 제공

구 회장은 먼저 뉴델리에 있는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에서 인도 시장 상황과 생산 전략 방향을 들여다봤다.
그러면서 중국 기업과의 차별화 전략, 지속 가능한 1등이 되기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실현해달라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인도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를 통해 경쟁 기업들을 앞서갈 것인지는 앞으로의 몇 년이 매우 중요하고, 우리가 어느 정도 앞서 있는 지금이 지속가능한 1등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그동안 쌓아온 고객에 대한 이해와 확고한 시장 지위를 기반으로 새로운 30년을 위한 도약을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뉴델리의 LG브랜드샵 등 유통 매장도 방문했다.
이어 벵갈루루에 있는 소프트웨어연구소를 찾아 글로벌 R&D 거점으로서 인도의 가능성을 살피고 미래 R&D 전략을 구상했다.
인도 소프트웨어연구소는 LG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연구소 가운데 베트남 R&D법인과 함께 가장 규모가 크다.

구 회장은 연구원들과 만나 “가속화되는 SW 기술 혁신에 대응하고 우수 R&D 인재를 확보하는 측면에서 인도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1996년 소프트웨어연구소를 설립하며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LG화학(1996년), LG전자(1997년), LG에너지솔루션(2023년) 등 주요 계열사가 진출하며 30년 가까이 시장을 개척했다.

LG전자는 초음파로 모기를 쫓아내는 에어컨, 전력이 끊겨도 7시간 냉기를 유지하는 냉장고 등 기술력과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채식 인구가 많은 인도 특성을 반영해 냉동실을 냉장실로 바꿀 수 있는 냉장고, 인도 여성 일상복인 사리의 옷감을 인공지능(AI) 모터 기술로 관리하는 세탁기 등도 내놓았다.
LG전자는 현재 수도권인 노이다와 중서부 푸네에서 생산공장을 두고 있으며, 동남부 안드라 프라데시 지역에 새로운 생산시설 설립을 검토 중이다.
LG화학도 올해 신규 공장을 가동한다.

LG그룹은 인도가 소비·생산은 물론 R&D에서도 잠재력이 큰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등 글로벌 지경학적 변화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구 회장이 미국·유럽이 아닌 인도를 찾은 것도 이런 이유다.
이번 방문을 통해 인도에서 시장 지위를 더 확고히 다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행보라는 것이다.

인도는 약 14억5000만명을 보유한 세계 1위 인구 대국이다.
전체 인구 가운데 25세 미만이 약 40%에 달하는 젊은 국가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5위이기도 하다.
SW 개발자 500만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약 100만명의 공대 졸업생을 배출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30년 인도가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의 무차별 관세폭탄으로 대체 시장으로서 인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주요 그룹 수장들은 연이어 인도를 찾아 미래 전략을 구상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첫 해외 사업장 방문지로 인도를 택했다.
지난달 9년 만에 다시 인도를 찾은 신 회장은 롯데웰푸드가 운영하는 주요 제과 생산 시설을 둘러봤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해 10월 인도를 방문해 현대차 인도 법인(HMIL)의 현지 증권시장 상장 기념식에 참석했다.
또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 인도·현대차그룹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