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이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정신을 꺼내 들었다.
정 회장은 최근 그룹 신입사원 수료식에 참석해 “고객 칭찬에 만족하기보다 불만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서비스 기업의 달라진 생존전략을 설명했다.
그는 “40년 전에는 친절이 ‘고객 제일’이라는 신세계그룹 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이었다면, 20년 전에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가격에 품절되지 않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고객보다 먼저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경험을 제시해야 한다”고 경영철학을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 20년보다 인공지능(AI) 시대인 앞으로 3년이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1등 고객’의 변화 속도는 우리가 발전하는 속도보다 빠를 수 있다”며 “때문에 우리는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 ‘고객 제일’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삼성가(家)를 관통하는 기업 경영 철학인 ‘제일주의’를 신세계그룹 특성에 맞춰 설명한 셈이다.

그룹 수장이 신입사원들에게 경영 철학을 강조한 건 소속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동기부여다.
실제로 정 회장은 1998년부터 매년 신입사원 면접관으로 참여해 직접 선발했다.
이번에 수료한 신입사원들 역시 지난해 12월 공개채용 면접에서 직접 평가했다.
수장의 ‘직접 등판’에 신입사원들도 크게 고무한 분위기. 이마트 신입사원 조영주 씨는 “회장이 아닌 사회 선배로 신입사원이 반드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진솔하게 알려주신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신입사원들은 사원증을 받은 뒤 언제 또 만날지 모르는 정 회장과 셀카도 찍고, SSG랜더스 유니폼에 사인도 받는 등 즐거운 분위기로 수료식을 만끽했다.
재미있는 점은 정 회장 스스로 이른바 트렌드 세터라는 것을 인정한 장면. 한 신입사원이 트렌드세터로 자리매김한 비결을 묻자 정 회장은 “새 옷을 사면 빠르게 입는 편인가 아껴두는 편인가?”라고 역질문했다.

대부분 신입사원이 “빠르게 입는 편”이라고 답하자 “빨리 입는 여러분이 트렌드 세터”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그걸 꼭 써보고 싶고, 새로운 음식이 나오면 꼭 먹어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
누구보다 신제품을 먼저 써보는 사람이 진짜 트렌드 세터”라는 말로 신세계그룹 구성원들도 ‘트렌드 세터’가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고객보다 먼저 원하는 상품과 경험을 제시하려면, 그만큼 경험해봐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신세계그룹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하고, 수료식에 참석해 소탈한 대화를 나누는 등 ‘젊은 리더십’을 뽐낸 정회장은 “연수원에서는 좋은 얘기만 들었겠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면 굉장히 치열하고 엄격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면서도 “힘들어도 그곳에서 성장하면서 더 큰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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