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에서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23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하며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가 사실상 새 총리로 확정됐다.
작년 9월 CDU·CSU 연합 총리 후보로 낙점된 메르츠 후보는 중도진보 사회민주당(SPD) 주도 ‘신호등’ 연립정부 심판 여론에 힘입어 새 총리 후보로 거론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955년 독일 서부 자우어란트에서 태어난 메르츠 대표는 고등학교 때 CDU에 가입하며 정치에 관심을 가졌다.
군 복무 뒤 대학에 진학해 법학을 전공했다.
1989년 유럽의회에 선출된 뒤 1994년 독일 연방의회에 입성했다.
독일 정치 거물 볼프강 쇼이블레 전 재무부 장관의 지지에 힘입어 당내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2002년 정치적 라이벌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와의 권력 다툼에서 패배하며 밀려났고, 2009년 정계를 떠났다.

이후 기업 변호사이자 로비스트로 일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미·독 친선 기구 아틀란틱 브뤼케를 이끌며 범대서양무역투자협정(TTIP) 체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치인, 기업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쌓았다.
블랙록 독일법인 이사회 의장 등 기업에도 몸을 담았다.
2018년 메르켈 전 총리가 물러나자 정계 복귀를 추진했고, 2021년 12월 세 번째 도전 만에 CDU 대표에 선출됐다.
라이벌 메르켈 전 총리와는 같은 정당에 몸을 담았지만 반대 성향이라는 평가다.
메르켈 전 총리는 이민·탈원전 등 정책을 추진한 중도 우파지만 메르츠 대표는 정통 보수로 분류된다.
CDU 대표에 선출될 당시 ‘메르켈 시대와의 결별’이라는 구호를 내걸기도 했다.
복지 혜택을 축소하고 소득세·법인세 인하를 주장해왔다.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을 중시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압박에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신중한 성격인 올라프 숄츠 총리와 비교해서는 대담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타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아프가니스탄 난민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자 "총리로 취임하면 첫날 모든 국경을 통제하고 유효한 서류 없는 이민자의 입국을 실질적으로 금지하겠다"고 초강수를 뒀다.
메르츠 대표는 선거 운동 초반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할 사업가 이미지를 부각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독일 보수파 내에서는 메르츠 대표의 강경한 이민 정책, 사업가적 성향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을 살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메르츠 대표는 미국을 100회 이상 방문했을 만큼 독일 정계에서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힌다.
그는 롤모델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꼽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에 초상화를 걸 만큼 흠모하는 정치인이다.
다만 대중 인기가 낮은 점은 향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독일 ZDF 방송이 지난 14일 공개한 총리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메르츠 대표 지지율은 33%였다.
기업 경력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경기 침체 고리를 끊고 성장을 이끌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폴리티코는 금융업에 대한 불신이 깊은 독일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