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최초로 서울에서 '용적이양제'가 도입된다.
규제나 보존 등으로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는 용적률을 다른 지역으로 이양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문화유산 주변 구역 등 중복 규제로 개발이 막혀있던 지역에서는 재산상 손실을 줄이고 개발 잠재력을 갖춘 지역은 용적률을 이양받아 산상 고층 건물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올해 상반기 중 '서울특별시 용적이양제 운영에 관한 조례(가칭)'를 제정해 입법예고하고 하반기부터 '서울형 용적이양제'를 본격 시행한다고 23일 밝혔다.

서울형 용적이양제는 국토계획법상 용도지역별 용적률에도 불구하고, 다른 법률에서 정한 추가적인 밀도 제한을 중복으로 받고 있는 지역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용적률을 다른 지역으로 이양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시는 도시계획·법률 등 전문가 자문과 연구를 통해 ‘서울형 용적이양제’ 개념을 만들어 적용 가능한 실행모델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달 열린 규제철폐 토론회에서도 한 시민이 '용적률 이양' 제도를 도입해야한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시는 제도의 필요성을 확인한만큼 추진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뉴욕 원 밴더빌트(One Vanderbilt)는 TDR을 통해 인근 그랜드센트럴터미널·바워리세이빙 빌딩(Bowery Saving Building)의 용적률을 이전받아 초고층 빌딩(93층, 약 3000%)으로 개발됐다.
도쿄 마루노우치에 위치한 신마루노우치빌딩(38층, 약 1760%)과 그랑도쿄(43층, 약 1300%) 등 6개 빌딩도 문화재로 지정된 도쿄역의 용적률을 사들여 고층으로 건립한 사례다.
다만 뉴욕·도쿄 등에서 시행중인 용적이양제(TDR, Transfer of Development Rights)은 우리나라와 법 체계가 달라 국내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시는 현재 사업계획을 마련 중인 강동구 굽은다리역세권 활성화 사업에 건축법상 결합건축 제도를 활용해 실제 용적이양 과정에 대한 테스트를 마무리 중이다.
이를 토대로 실행모델을 완성할 계획이다.
서울에서는 떨어져 있는 두 필지를 하나의 정비구역으로 개발하는 '결합건축' 제도가 있지만 조건이 까다롭고 제약이 커서 활용도는 낮은 실정이다.
이 제도를 적용해 개발한 사례는이문 3-1구역과 3-2구역을 묶어서 개발한 '이문아이파크자이'가 있다.
'서울형 용적이양제'의 핵심은 미사용 용적을 다른 지역으로 이양할 수 있는 대상인 양도지역의 선정 기준이다.
시는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양도지역은 △문화유산 주변 지역 △장애물 표면 제한구역 등 장기적으로 규제 완화가 어려운 곳을 위주로 선정할 계획이다.
이 지역들은 그동안 용도지역에 따른 용적률에 추가 규제까지 적용받아 중복된 밀도 제한으로 개발이 어려웠고 재정 한계 등으로 공공 지원도 충분하지 않았다.
시는 중복적인 규제를 받아온 지역의 재산상 손실은 덜어주고 잠재력을 가진 지역의 개발을 촉진, 도시 개발 밀도를 합리적으로 재배분하게끔 유도할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제도 운영을 위해 합리적인 용적가치 산정 방안, 효율적인 용적이양 절차, 안정적인 공시 방안 등도 반영할 예정이다.
시는 제도 안착을 위한 ‘서울형 용적이양 선도사업’도 추진한다.
시는 지역주민 의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선도지역을 최종 선정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선도지역 선정은 △규제 강도가 높고 완화가 어려워 용적이양제 도입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지역 △노후가 심하고 개발압력이 높은 지역 △제도 목적에 부합하면서 선도사업의 의의가 큰 지역 등을 우선 검토한다.
선도지역으로 선정되면 민간-공공 협력체계를 구축해 용적이양 추진 전 과정을 시가 전폭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선도사업을 통해 각종 세부 운영기준을 마련하고 향후 제도 안정화를 위한 법 ·시행령 개정 건의도 꾸준히 병행해 나갈 방침이다.
시는 오는 25일 오후 2시부터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서 '공간의 혁신, 도시의 진화: 서울형 용적이양제'를 주제로 한 도시정책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제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합리적인 실행모델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남진 서울시립대 교수가 '도시경쟁력 향상을 위한 용적이양제의 새로운 전략'을 주제로, 김지엽 성균관대 교수는 '용적이양제 실현을 위한 법제도 도입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하며 패널 토론, 질의응답이 진행된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서울형 용적이양제는 역사·자연적 자산은 보존하면서도 개발이 필요한 지역 성장을 촉진하며 지속가능한 서울의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며 "현행 제도 속에서 풀어내기 어려웠던 중복 규제 지역의 숨통을 틔우고 도시 균형발전을 견인하는 제도로 안착시키기 위해 논의와 연구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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