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자국 내 주요 민간 대형기술(빅테크) 기업들과 이례적으로 좌담회를 갖고 지원 의사를 밝힌 가운데 지난 2020년 시작된 중국의 빅테크 규제의 종식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사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좌담회에서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왕촨푸 BYD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 등 6개 주요 민영기업 수장들의 발언을 들은 이후 새로운 상황 하에서의 민영경제 촉진 발전에 대한 '중요 담화'를 진행했다.
시 주석은 "민영 기업은 개혁개방의 위대한 과정과 함께 활발하게 성장해왔다"며 "민영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정책과 조치를 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현재 민영 경제 발전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민영 기업과 민영 기업가들은 창업과 국가에 대한 열정을 가득 품고 부단히 이상을 높이면서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민간 기업들과 좌담회를 가진 것은 트럼프 1기 당시 미·중 전쟁이 발발했던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 경기 둔화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국과의 충돌 가능성 등 주변 환경이 첩첩산중인 가운데 중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함과 동시에 그들이 국가 경제 발전에 헌신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이번 좌담회에는 기존의 중국 빅테크 기업들뿐 아니라 최근 '딥시크 쇼크'의 장본인인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 등 내로라하는 중국 주요 기술 기업 수장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지난 2020년 10월 중국 공산당의 금융 규제를 비판한 후 한동안 중국 정부의 눈 밖에 나 야인 생활을 했던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이번 좌담회에서는 맨 앞 줄에 앉은 것이 눈길을 끌었는데,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지난 2020년 말부터 개시한 자국 빅테크 기업 규제 기조가 드디어 끝났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진핑은 알리바바의 마윈과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함으로써 규제가 끝났다는 것을 시사했다"고 평했고, 유촨만 싱가포르사회과학대학교 교수는 "이는 중국이 사회적 신뢰를 촉진하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시그널"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당초 중국 정부는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통제력 강화 등을 위해 2020년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기업공개(IPO)에 제동을 거는 등 규제를 강화했으나 2023년께부터는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이 신규 회원 가입을 재개하고 마윈도 차츰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규제 완화 조짐을 보여왔다.
이 와중에 지난 달에는 량원펑이 한 좌담회에서 리창 총리와 만난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같은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 및 '딥시크 쇼크' 등 겹호재 속에 홍콩증시에 상장된 기술기업 주가지수인 항셍테크지수는 지난 달 13일 이후 이달 17일까지 30% 이상 급등했다.
따라서 중국 기술 부문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본격적으로 부활의 날갯짓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전문 분석 기관 차이나마켓리서치그룹의 숀 레인 창립자는 일각에서는 이번 좌담회를 전 중국 최고 지도자 등소평이 남쪽 도시들을 돌며 개혁·개방을 설득했던 '남순강화 2.0'에 비유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가 중국의 민간 기술 부문이 다시 발전하기 원한다는 시그널"이라고 싱가포르 CNA방송에 밝혔다.
다만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사회 안정 및 경제 부문에 대한 통제력 유지를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통제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다시 규제를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2021년 이전까지 기술 업계에서 두드러졌던 무분별한 투자와 치열한 경쟁 과열에 대한 지속적인 경계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넓게 보자면 시진핑 정부는 사회적 격차의 확대가 부분적으로는 인터넷 붐, 특히 팬데믹 시대의 인터넷 붐에 기인했다고 비판하고 있다"며 "자국의 권위를 위협할 수 있는 대중의 불만을 해결하려고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장성원 국제경제팀 팀장 sotg81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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