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속속 하향조정되며 '1%대 저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 하방 리스크가 크다며, 정부의 강한 경기 부양 의지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지난해 4분기 성장률 0.5% 쇼크' 발표 이후 국내 주요 증권사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는 1% 중후반대로 속속 하향조정됐다. 지난해 말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평균 경제 성장률 전망치 역시 1.7%에 그쳤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리서치 전문기업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까지 낮춰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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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1% 중후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면서, 상반기 성장 둔화 리스크가 확대될 위험이 커져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수 반등 지연에 수출 둔화가 더해지면서 하방 압력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상반기는 기저효과에도 더딘 내수 회복에 전기대비 평균 0.6% 성장이 예상된다"며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 부담 완화에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폭되며 심리가 얼어붙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제한되며 성장세 반등을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상반기 국내 경기 회복은 제한될 것"이라며 "경기는 2분기부터 완만하게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내수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가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당분간 소비와 투자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고, 높아진 실업률(3.7%)도 수요 회복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 지속 등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 증가율이 크게 둔화할 여지가 있다"며 "특히 글로벌 경기와 산업을 이끄는 기술혁신 사이클과 높은 연관성이 있는 무형자산투자(지식재산생산물투자)가 사실상 답보상태라는 것은 향후에도 국내 성장 동력이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수출이 당장 반등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정성태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한국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할 것"이라면서도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및 중국의 내수 부진으로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은 정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1분기는 기저효과와 건설경기 위축으로 1%를 하회할 것"이라며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는 한국 수출의 둔화 요인이나, 상반기 1400원대의 원·달러 환율(환율효과)과 생산시설 현지화 전략은 한국 수출기업의 매출을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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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저하고 흐름 위해선 경기 부양 의지·정책 시행 필요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 경제성장률 흐름이 회복되기 위해선 정부의 경기 대응이 동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내수 경기의 추가 둔화를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금리 인하와 함께 조기 추경 등의 집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현재 언급되는 20조원 추경은 올해 연간 정부 예산 대비 3%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기가 불안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민간의 소비와 투자 공백을 메우고, 선순환을 유도할 수 있도록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와 더불어 추경 시행이 시급하다"며 "1분기에는 정부가 예산 조기 집행과 가용 가능한 다양한 부양책을 동원하고 있어 경기 하방 압력이 일부 완화되겠으나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시기이므로 회복세가 제약될 소지가 있다. 2분기부터는 금리 인하와 추경이 경기 하방을 지지하는 가운데 경기 모멘텀은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살아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권희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정부의 경기 대응이 중요해지는 환경"이라며 "아직 국내 재정정책이나 정치환경,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높지만 올해 상반기는 지난해보다 더 적극적으로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설 이후 추경, 산업 지원책 등에 대해 추가 논의하면서 전 분기 대비 기준 올해 1분기부터, 전년 동기 대비 기준 2분기부터 성장률의 점진적인 회복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상반기 예산 조기 집행 이후 하반기 추경이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경제활력 제고 및 승수 효과가 높은 영역으로 지출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년 만에 실시되는 추경은 급락한 소비심리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이후 미국이 매년 막대한 재정지출로 경기를 부양한 것과 달리, 한국은 2023년부터 재정지출 증가율을 축소했고 추경 편성도 없었다"며 "지난 2년 동안 추세선을 하회했던 재정지출이 내수를 부양하는데 부족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올 상반기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 계획(1분기 40%, 2분기 70%)은 취약계층 소비, 사회간접자본(SOC), 연구개발(R&D) 관련 사업에 긍정적"이라며 "2분기에는 추경 논의를 시작해 하반기에는 20조~30조원의 추경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한국 가계의 해외소비와 투자가 빈번해지면서 추경 규모가 온전히 한국 내수 진작 효과로 반영되지는 않겠으나, 급락한 소비심리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봤다.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경기부양 정책이 지연되거나 정치 불확실성 리스크가 장기화하면 상반기 경기 저점을 확인하기 힘들 수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반등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 행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