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영 지역 기획자 / (주)코즈 대표 | 지역 소멸은 단순한 인구 감소를 넘어 지역 정체성과 생존 기반이 사라지는 심각한 문제다. 지역 소멸이란 말 그대로 사람들이 떠나면서 지역의 생존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많은 논의가 여전히 “사람들이 왜 살지 않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간과 한 채 “어떻게 살게 할 것인가”라는 해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접근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생계를 유지할 기반이 없다면, 아무리 자연환경이 좋아도 사람들은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 양양군은 인구 2만 7천명의 소멸 위기 지역이지만, 서핑 문화를 기반으로 연간 1천만 명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주목받는 사례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체류인구는 등록된 거주인구의 17.4배에 달하며, 지역 소비의 71.6%를 차지했다. 그러나 단순히 방문객 수의 증가만으로는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체류 인구를 정주 인구로 전환하고 지역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생활 인구를 구축하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양양의 지역 기반 사업가들과 지역 기획자들의 다양한 시도는 지난 10년간 서핑 특화지구 조성 등 자연환경과 문화를 활용한 지역 정체성 재정의해온 양양군의 노력과 시너지를 이루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라온서피리조트는 2015년 ‘서피비치’를 조성하며 기존 해수욕장 운영 기간을 45일에서 200일로 대폭 확대시켰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은 연간 수백만 명이 찾는 명소로 거듭나게 됐다. 이 전략은 서핑을 매개로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며, 과거 아무것도 없던 군사시설보호구역의 해변에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고 지속 가능한 로컬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반을 마련한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양양서핑협회는 서핑 전문인력 양성사업, 서핑 대회, 서핑 페스티벌 등을 통해 서핑 관계인구를 확대하며 서핑 문화를 지역에 정착시켜왔다. 이러한 활동은 서핑을 단순히 여가 활동을 넘어 문화적 자산으로 전환하고 지역과 사람들을 정서적으로 연결하는 데 기여했다. 경제적·문화적 측면에서의 이러한 성과는 지역 행정, 민간, 기관의 긴밀한 협력 덕분이었다. 또한,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시각에서 양양의 매력을 발굴하고, 사람들이 방문할 이유를 만들어 낸 것이 주효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 ‘장인학교: 다이브 인 양양’이라는 체류형 창업 교육이 진행됐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관한 로컬브랜드 창출사업의 일환으로 서피비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박준규 대표 주도하에, 지역 문제를 로컬 창업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 추진되었다. 약 40명의 예비 창업자가 참여했으며, 로컬, 여행, 창업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지역의 장인기업 및 주민들과 교류를 통해 로컬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직접 체험했다. 참여자들은 단순히 개별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소비자인 여행객의 관점에서 사업아이템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이 과정을 통해 로컬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을 위한 거주 공간, 창업 시설, 교육 프로그램 등 기반 시설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양양은 서핑 문화를 통해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문화와 로컬 비즈니스의 결합은 지역을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전환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결국 지역 발전의 핵심은 사람이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문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지속 가능한 정책이 조화를 이룰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 양양이 보여준 성공 사례가 대한민국의 다른 지역에도 영감을 주기를 기대한다. 글: 김수영 지역 기획자 / (주)코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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