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서명한 행정명령이 멕시코와 캐나다를 주요 타깃으로 한 만큼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협상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며 기업들의 수출과 현지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실제 25% 관세 부과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3일 '미국 신(新)행정부 대(對)멕시코 통상정책 관련 민·관 합동 대응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우선 통상정책 관련 행정명령은 4월1일까지 주요 부처에 검토와 해소 방안을 지시했다"며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과 달리 한국에 대해선 언급은 없지만 그렇다고 제외한다는 언급도 없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 행정명령이 구체화기 전까지 미국 측 인사를 만나 한국 입장을 최대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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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임박해 있는 문제는 미국의 무역 상대국에 대한 관세 인상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관세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정부 관계자는 "현지에 나가 있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멕시코·캐나다를 향한 관세 인상 압박은 USMCA 재협상을 위한 카드"라며 "USMCA는 2026년 재검토가 예정돼 있지만, 트럼프는 더 빨리 재협상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무역 관련 행정명령은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반영했지만, 일부 명령은 법적 문제, 글로벌 공급망 영향, 외교적 긴장 등의 이유로 완전히 실행되거나 유지되지 못했다"면서 "따라서 이번 행정명령이 실제로 실행될 때도 유사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기업 500여 곳이 멕시코에서 활동 중이며, 자동차, 가전, 철강 분야에 집중돼 있다. 현지 코트라 및 상무관을 통해 기업과 정부 간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미국이 2월 1일 이후 구체적 조처를 할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 고비를 넘더라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통상 분야에서 ▲무역 협정 재검토 ▲환율 조작국 지정 검토 ▲대외수입청 설치 타당성 검토 ▲반덤핑 및 상계 관세 규정 검토 등을 포함하고 있다. 대중(對中) 분야에서는 ▲미·중 무역협정 1단계 이행 검토 ▲301조 조항 확대 적용 ▲중국 PNTR(영구정상무역관계) 지위 검토 등이 언급됐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전기차 장려 정책 폐지 ▲비연료 광물 생산자 지위 확립 등이 포함됐다.
특히 우리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전기차 보조금 폐지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될 시 미국 시장에서 8.7∼13.3%의 전기차 판매량 감소를 예측하고 있다. 또 미국 전체 전기차 시장 규모도 연간 118만4000대에서 86만7000대로 2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내 제조시설을 지었거나 지을 예정인 한국 전기차·배터리 기업들도 투자나 사업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행정명령은 보조금 지급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단 중단하고 90일간 검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영향은 검토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내 한국 기업의 투자 효과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미국 측 의사가 파악되지 않았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