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 국회와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20조원 편성 규모에 대한 협의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 논의의 진척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추경 편성 필요성을 강조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에게 공개적인 불만을 나타내는 등 추경을 둘러싼 여·야·정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cdn.ppomppu.co.kr/zboard/data3/hub_news2/2025/0123/newhub_2025012217040999658_1737533049.jpg) 23일 관계 부처와 국회 등 취재를 종합하면 추경에 대한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 대행은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여야정) 국정 협의체가 조속히 가동되면,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재정의 기본 원칙하에서 국회와 정부가 함께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 대행이 직접적으로 ‘추경’이라는 용어를 말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최근 제기되어 온 추경에 대한 요구에 정부가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입장으로 해석됐다. 올해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탄핵 정국 이후 국회 공전은 장기화하면서 주요 경제와 민생 분야 관련 법안들이 논의를 멈췄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 특별법’이나, 신성장 신성장·원천기술 및 국가전략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연구·개발) 세액공제 적용기한을 2029년 말까지 5년 연장하는 세법 개정안 등이 모두 논의를 멈춘 상황이다. 최 대행이 이날 국정협의체 가동을 전제로 추경 논의 가능성을 열어 둔 건, 추경을 지렛대로 경제와 민생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통화정책 외에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부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했다. 이 총재는 “시기 면에선 가급적 빨랐으면 한다”며 추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선을 긋고 있다. 권선동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와 면담을 진행하고 추경 논의를 가시화하는 이 총재에 대해 날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는 면담 시작 전에도 “총재의 발언 배경에 대한 속사정을 듣기 위해 방문을 결정했다”고 했다. 면담 이후 박수민 국민희힘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총재께서는 추경을 먼저 하자기보다는 추경 계획이 가시화돼야 대외신인도에 좋다는 의미였는데, 대외에 추경을 빨리하자고 (잘못) 알려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추경을 둘러싼 정치적 셈법이 복잡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 개인적인 이익 측면에서라도 (예산 사업의) 증액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며 “다만 해당 시기에 추경을 진행하게 되면 현 상황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만 유리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등이 있어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은 최 대행과 이 총재의 추경 논의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실제 추경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당초 제시했던 20조원 규모나 25만원 지역화폐 제공 범위 등에 대해선 충분히 협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25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취약 계층 소상공인 등에게만 제시하는 안 등으로 협의도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다만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최 대행이 여야 협의를 전제로 (추경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여당과 입장을 같이 해 기재부가 (추경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곤란한 모습이다. 추경 논의가 시작되려면 기재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만들어 제출해야 추경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기재부가 아무리 추경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더라도 여당이 추경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없다. 기재부의 고위 관계자는 “언론 등 일각에서 보는 것과 같이 기재부와 여당의 의견이 다른 부분은 전혀 없다”며 “최 대행의 메시지를 과대 해석하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