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임시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극적 반격에 나섰다. 손자회사에 영풍 지분을 넘겨 서로 10% 이상 지분을 가지면 의결권이 제한되는 '상호주 제한' 제도를 활용한 것이다. MBK·영풍 측은 이를 두고 자본시장 체계를 흔드는 불법적인 시도라며 반발했다. 법원에 가처분 신청 등을 낼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23일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마지막 반격에 대해 "상호주 제한 관련 상법 조항은 국내 법인인 주식회사들 사이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이번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최윤범 회장의 이같은 시도는 임시주총을 파행시키고 자본시장을 우롱하는 최악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앞서 고려아연 측이 원한 집중투표제 도입이 무산되면서 이번 경영권 분쟁은 MBK·영풍 측으로 사실상 기울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최윤범 회장은 전날 마지막 반격에 나섰다. 호주 계열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최씨 일가와 고려아연 주주 중 하나인 영풍정밀이 가진 영풍 지분 10.33%를 장외매도 방식으로 575억원에 매각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선메탈코퍼레이션홀딩스(SMH)→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출자 구조가 됐고, 이 경우 ‘상호주’ 관계가 돼 서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이다. 상법상 ‘상호주 제한’ 제도에 따르면 두 회사가 10%를 초과해 서로의 지분을 갖고 있다면 상대방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MBK·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 40%가량 중 영풍 보유 지분 약 25%의 의결권을 봉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MBK·영풍 측은 이를 두고 '꼼수'라며 반발했다. MBK 관계자는 "상호주 제한은 국내법인인 주식회사 사이에만 적용되는 조항으로,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규제도 외국회사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상 영풍정밀의 공시에 따르면 SMC는 호주에 설립된 외국법인이며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다.
MBK·영풍 측은 시간적 여유가 없는 만큼 우선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의장을 교체하는 내용을 제안할 예정이다. 의장불신임동의는 의장직을 맡은 임원을 해임하자는 동의가 아니라, 당일 상정 의안을 기존 의장이 아닌 다른 임원에게 맡기라는 일종의 '부수주동의'다. 부수주동의이기 때문에 사전 통지도 필요 없다. 회의장에서 바로 제출할 수 있고, 의장은 이를 총회에 상정해 심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은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의장직에서 사임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오로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만을 위해 영풍 그룹 내 신규 순환출자가 형성되는 등 공정거래법을 흔드는 탈법적 행위가 이뤄졌다"라며 "임시주총을 단 몇 시간 앞두고 이뤄진 이 거래는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등 각종 위법 행위 소지도 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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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