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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지배주주' 없는 금융지주사의 밸류업 의지
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1-22 09:01:36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의지가 중요하죠. 보통주자본비율(CET1) 영향은 크겠지만, 이사회와 경영진의 밸류업 의지만 확고하다면 큰 흐름에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를 만난 자리에서 필자가 금융지주사들의 밸류업 이행 여부에 우려를 표하자, 이 전문가는 이같이 답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CET1 관리에 비상이 걸려 각 지주사가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크다.
자본건전성을 잘 관리해야만 밸류업을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텐데, 필자가 갖는 우려가 기우일까.


지난해 밸류업에 적극적·선제적으로 동참한 곳은 금융지주사들이다.
'밸류업 시즌 1'을 이끌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지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과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한 18개 상장사를 추려 평가한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주인공 역시 메리츠금융지주였다.
더불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중장기 목표를 제시하고, 이사회 중심의 밸류업 및 자사주 소각 계획을 제시해 모범생으로 뽑혔다.


탄핵정국 돌입으로 밸류업 동력을 상실했다는 우려가 크지만, 금융당국은 올해 밸류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금융지주사들의 밸류업 이행 여부가 '밸류업 시즌 2'의 연착륙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한데 새해 벽두부터 고환율·탄핵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과 CET1 관리 비상으로 밸류업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다.


각 지주사는 CET1 비율 13%를 초과한 자본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투입기로 했는데, CET1 비율이 하락해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짙다.
CET1의 하락 등 자산건전성이 악화하면, 기초 체력이 떨어져 밸류업 추진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은행 자본적정성 지표 중 하나인 CET1 비율은 순정자본인 보통주 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이다.
RWA는 자산을 유형별로 나눠 위험을 반영해 계산한 것으로, 원화 기준이어서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 대출 자산이 늘고 RWA 비중이 커지면서 CET1 비율을 하락시킨다.
지난해 4분기 환율이 150원 가까이 오른 영향을 받아 KB금융지주의 비율은 13.9%에서 13.5%로 낮아질 전망이다.
신한금융지주(13.1%→13%), 하나금융지주(13.2→13%), 우리금융지주(12%→11.8%) 등도 하락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현재 시장의 불확실성은 현재진행형이다.
글로벌 긴축 정책은 지주사들의 자본적정성과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또 금융위기나 부실대출 확대 등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CET1 비율 관리가 더 어려워진다.
경제성장 둔화가 이어지면 대손충당금 증가가 발생해 주주환원 여력도 줄어든다.


이렇듯 밸류업을 추진하기에 우호적인 환경은 아니겠지만, 체력(자산건전성)을 기르면서 밸류업 성공에 다가서야 금융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다.
금융지주사가 밸류업 혁신을 꾀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매력도 확대와 자본 유치 등 궁극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업그레이드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금융지주사 수장들이 기업의 가치 성장과 배당 및 자사주에 자본을 합리적으로 배치하려는 진정한 밸류업 본질 실현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참으로 다행이다.
더욱이 지배주주가 없기 때문에 이사회와 경영진의 밸류업 의지가 확고하다면 주주환원 정책과 자본건전성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
필자의 우려가 기우이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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