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집중투표제로 이사 선임 안돼"
최윤범 회장 경영권 사수 계획 '무산'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 측의 집중투표제 안건 상정을 막아달라는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인용했다. /서예원 기자](//cdn2.ppomppu.co.kr/zboard/data3/tf_news/2025/0121/2025631737441438.jpg) |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 측의 집중투표제 안건 상정을 막아달라는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인용했다. /서예원 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 측의 집중투표제 안건 상정을 막아달라는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막판 뒤집기를 노린 최 회장 측 계획은 어긋난 반면 영풍·MBK 연합은 경영권 분쟁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청한 의안상정금지 등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은 지난 17일 오전 심문을 진행하고, 양측 서면을 받아 검토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부는 집중투표제 청구 효력은 정관 규정을 개정하는 의안이 가결된 뒤에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현재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주총 당일에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을 곧바로 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당일에서야 그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앞서 영풍·MBK 연합은 지분율 우위를 바탕으로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등 12명을 사외이사로,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 등 2명을 기타비상무이사로 고려아연 이사회에 진입시켜 과반을 점해 경영권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자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 설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알려졌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결의에 관해 각 주주는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갖는다. 핵심은 집중투표제에는 감사 선임 시 대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는 3% 룰이 적용되는 점이다. 이 경우 영풍·MBK 연합의 의결권은 24% 수준으로 제한된다. 공개매수 등으로 약 7% 지분율 우위를 점하던 영풍·MBK 연합이 도입을 막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아울러 최 회장 측은 영풍·MBK 측 14명이 진입하면 이사회 규모가 27명으로 늘어나 비대해진다는 명분으로 이사 수 상한 설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사 수 상한 설정이 실제로 이뤄지면, 영풍·MBK 연합 측이 이사회 과반을 점할 수 없게 된다.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고려아연 본사. /고려아연](//cdn2.ppomppu.co.kr/zboard/data3/tf_news/2025/0121/202532071737441803.jpg) |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고려아연 본사. /고려아연 |
이에 영풍·MBK 연합은 지난해 12월 주총 소집을 청구할 당시만 해도 집중투표제 도입 움직임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가처분을 인용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돼도 곧바로 이사 선임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영풍·MBK 연합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최 회장 측의 집중투표제를 통한 경영권 사수 계획은 무산됐다. 당초 주주들의 집중투표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렸으나 법원 제동으로 사실상 영풍·MBK 연합이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 지분 4.51%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 설정에 찬성하기로 했다. 사실상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준 셈이다. 반면 지분 1.04%를 보유한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미국 연기금도 반대했다. 영풍·MBK 연합 측 14명 중 절반 이상이 이사회에 진입하면 본격적인 'DNA 심기'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장형진 영풍 고문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터라 인사 조치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영풍 주력 사업장인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가 환경법 위반으로 다음 달 26일부터 58일간 조업을 중단하는 만큼 고려아연 재원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황산 취급 계약은 역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 연합 측 이사회 진입이 소수일 경우 분쟁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 연합은 최 회장 측 이사 임기가 만료되면 순차로 이사회 장악에 나설 전망이다. 당장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가 2차 전이 될 수 있다. 한편 양측이 상대방을 수사해달라며 고소장과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주총 이후 본격적인 사법 리스크가 작동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영풍 측과 최 회장 측을, 서울남부지검은 금감원 의뢰로 유상증자 관련 최 회장을 수사하고 있다. bell@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