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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코스닥 상장사 디와이디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레그테크가 자금출처를 전액 ‘자기자금’이라고 공시했다. 레그테크는 자본금 250만원 규모 법인이라 100억원의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관심이 집중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디와이디는 지난 8일 레그테크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100억원을 출자하며 최대주주가 됐다고 공시했다. 레그테크는 총 1727만1158주(14.58%)를 주당 579원에 확보했다.
앞서 디와이디의 이일준 회장은 지난해 11월5일 리버스에이징홀딩스와 경영권 변경 계약을 맺었다가 해제했고, 곧바로 지난달 27일 레그테크와 다시 경영권 변경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레그테크는 25억원 규모의 디와이디 제5회차 전환사채(CB)도 인수하기로 했다. 이 CB는 2023년 2월 발행된 물량으로 현재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상태다. 주당 전환가는 500원이다. 레그테크가 디와이디 지분을 인수하는 데 총 125억원을 쓰는 셈이다.
레그테크는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자금 출처가 ‘자기자금’이라고 공시했다. 사업으로 생긴 순이익을 모았거나 유상증자 등으로 자본금을 늘려 외부 차입 없이 100억원을 마련했다는 뜻이다.
공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레그테크는 자본금 110만원, 자본총계 1억1600만원 규모의 법인이다. 총 주식 수는 220주다. 주당 약 52만9000원 수준이다. 매출액은 0원, 순손실 300만원을 기록했다.
레그테크는 지난해 12월말 유상증자를 한 차례 진행했다. 주식 수를 기존 220주에서 380주로 늘렸다. 또 지난 13일 우선주 125주도 발행했다. 만약 유상증자로 100억원을 전부 조달했다면 레그테크의 주당가치를 1980만원으로 평가한 것이다. 레그테크의 기존 최대주주인 이후록 대표는 1년여 만에 3600%의 수익을 거머쥔 셈이다.
회사의 사업 실적으로 100억원을 마련했다면 2023년까지 실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해 급격한 매출 성장을 이뤘어야 한다. 레그테크는 규제 관련 제품 개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이 대표는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법무법인 율촌의 수석 전문위원을 역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자가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레그테크의 등기상 본점 주소지에 방문한 결과 아무런 간판도 없었고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무실 외관 상 실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디와이디 관계자는 “레그테크가 제시한 주주총회 의사록, 과세표준증명, 납부내역증명 등을 확인하고 자금 출처를 자기자금이라고 공시했다”며 “관련 내용을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제출하고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디와이디가 자기자금이라고 공시했더라도 이를 거래소가 검증할 수 없다”며 “사후에 공시 내용이 다르다면 불성실 공시 지정 여부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