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부과를 보류하면서 21일 한국 증시는 상승 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웠다. 이와 함께 불법이민자 추방, 석유·가스 시추 확대, 전기차 의무화 폐기, 관세부과 등을 골자로 한 동시다발적 행정명령을 예고했다.
다만 우려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즉각적인 신규 관세부과 조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대선 승리 이후인 지난해 11월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을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취임 첫날 서명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율 관세 부과라는 선거 공약 이행 방식을 두고 차기 행정부 내에서 여전히 격렬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급락하며 1440원대로 떨어졌다. 미국 주식, 채권 시장은 '마틴 루터킹 데이'를 맞아 모두 휴장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취임식 참석이 주목받았고, 실리콘밸리와 백악관의 관계 변화 가능성이 투자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세 부재 소식과 맞물리면서 외환 시장에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약세가 심화됐다"며 "반면 비트코인은 트럼프 트레이드 기대감이 이어져 한 달 만에 이전 장중 최고치를 뛰어넘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행정명령에 '관세 부과'가 미포함됐다는 소식, 유럽 증시에서 자동차주 강세, 원·달러 환율 급락 등에 힘입어 상승 출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실적시즌도 진행되는 만큼, 장중엔 수출주 실적에 영향을 주는 전날까지의 수출 결과, 개별 기업들의 실적 이벤트 등에 영향을 받으면서 업종별 상이한 주가 탄력을 보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 연구원은 "이번주 실적 발표 예정인 반도체(-4200억원), 기계(-2000억원), 자동차(-1610억원) 등이 외국인을 중심으로 순매도 상위를 기록했다"며 "실제 실적 발표 이후 재차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단기 차익실현 명분이 됐던 트럼프 취임식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소화했다는 점도 외국인 순매도와 관련한 진정 요인이 될 것"이라며 "낮은 외국인 코스피 지분율과 저가 메리트, 환율 부담 완화 등 한국 증시 매수 유인이 훼손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구체적인 관세정책 언급을 자제했다"며 "우려와 달리 즉각적인 추가 관세 부과를 보류할 가능성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달러 하락도 국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김 연구원은 "에너지 등 행정명령 발표에 따라 업종 차별화가 예상된다"며 "경계감을 높였던 트럼프 2기가 출범하고, 당분간 시장을 움직일 지표가 부재하기 때문에 정책 변수에 따른 민감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