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관세 부과 지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한달새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새벽 2시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14.3원 하락한 1444.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18일 기록한 1435.5원 이후 이후 약 한 달 만에 최저치다. 전일 오후 3시30분 종가인 1451.7원과 비교해서는 7.7원 낮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공언했던 것과 달리 취임 첫날 추가 관세를 발표하진 않을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우리 시간으로 전일 저녁 전해지면서 환율이 장중 한때 1439.0원까지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우려와 국내 정치 불안 등이 겹치면서 연초 1470원대를 넘긴 바 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당일 미국의 무역적자 및 교역상대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내용의 메모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메모는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를 중점 검토 대상으로 지정하겠지만, 신규 관세 부과 자체는 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도 109에서 107.9까지 1% 이상 급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는 "신정부 관세 정책이 강하게 전개될 경우 달러가 추가 강세를 보일 수 있지만 점진적으로 진행될 경우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까지 내려오면서 환율 추가 급등에 대한 국내 우려감 역시 줄어드는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서 1500원을 위협할 정도로 급등했고, 물가상승과 소비부진 등을 불러와 국내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는 우려가 높았다. 이에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위헌분산)로 시장에 달러를 풀며 환율 방어에 나섰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등 환율 안정을 위한 외환당국의 정책적 노력이 이어졌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부과 지연 소식까지 겹치면서 달러강세 현상이 다소 주춤해졌다는 평가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당초 트럼프는 중국에 10% 추가 관세, 멕시코 및 캐나다에는 25% 관세, 전세계 모든 수입 품목에 10~20%의 보편관세 부과 등을 선언했다"며 "하지만 급진적 관세 부과는 결국 미국 물가상승 등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도 관세 인상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며, 불확실성이 완화되며 달러 강세 현상이 조정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경감된 것과 고환율 우려에 따라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환율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