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주택의 대명사인 서울 한남동 ‘나인원한남’을 두고 조세심판원이 고급주택이 아니라며 취득세 중과 취소 결정을 내리자, 서울시가 반발하고 나섰다. 나인원뿐 아니라 포제스한강, 더펜트하우스청담 등 고급주택 대다수가 취득세 중과를 회피하고 있다며 유명무실해진 고급주택의 기준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cdn2.ppomppu.co.kr/zboard/data3/hub_news2/2025/0117/newhub_2024051719074175782_1715940462.jpg) 서울시는 최근 조세심판원이 나인원한남 시행사 대신프라퍼티가 시를 상대로 제기한 취득세 중과 불복 조세심판 청구에서 취득세 중과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이 결정에 따라 취득세 중과를 회피한 주요 단지를 17일 공개했다. 시에 따르면 △나인원한남 단층형 전용 244.34㎡, 복층형 273.94㎡ △한남 더 힐 단층형 244.75㎡ △더 펜트하우스 청담(PH129) 복층형 273.96㎡ △성동구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복층형 273.92㎡ △광진구 포제스 한강 단층형 244.77㎡~244.99㎡가 나인원한남처럼 중과 대상에서 벗어났다.
나인원한남은 유명 연예인이나 기업 회장 등이 거주하는 대표적인 고가주택으로 꼽힌다. 전용 244㎡ 124가구, 복층형 273㎡ 43가구로 구성됐다. 지난해 7월 전용 273.41㎡ 매물이 220억원에 팔렸고, 전용 273.94㎡의 경우 같은 해 6월 200억원에 거래됐다.
조세심판원은 나인원한남을 두고 고급주택 면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해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벗어났다. 이로 인해 시는 대신프라퍼티에 세금 800억원을 부과할 수 없게 됐다. 시는 지난해 4월 지방세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수분양자에게 부과했던 1200억원도 반환했다.
![](//cdn2.ppomppu.co.kr/zboard/data3/hub_news2/2025/0117/newhub_2025011709454092903_1737074741.jpg)
모호한 공용면적 기준, 행정청은 이의제기도 불가 나인원한남을 ‘고급주택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정하게 된 것은 모호한 기준에 있다. 나인원한남의 경우 펜트하우스 124가구 전용면적은 244㎡, 복층형은 전용 273㎡로 고급주택 기준 면적에 각각 1㎡씩 미달한다. 현행 취득세 중과세 규정에서는 고급주택을 ‘공용면적을 제외한 주택 연면적 245㎡(복층형 274㎡), 시가표준액(주택공시가격이 있는 경우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으로 정하고 있다. 고급주택으로 규정되면 일반세율에 8%를 추가한 취득세율(10.8~12%)을 적용받게 된다.
그런데 시는 개별 가구에 제공된 차단문을 갖춘 지하주차장이나 창고를 입주자 전용공간으로 봐야 한다며 이 공간을 포함하면 취득세 중과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조세심판원은 이 공간은 공용면적이라 나인원한남은 고급주택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신선종 서울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조세심판원은 지방세 법령에서 공용면적에 대한 별도의 정의가 없고, 주택 관련 법령 준용을 내세우며 공부(등기부등본·건축물관리대장 등)상 주차장이나 창고가 공용면적이라는 사유만으로 취소 결정을 내렸다. 매우 이해하기 힘든 부당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시는 건설사업자들이 취득세 중과세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기준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세심판원의 결정은 행정기관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유사한 회피 사례가 나와도 현행 규정이 유지되는 한 과세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유사한 사건을 발굴해서 과세하더라도 조세심판원에서 (납세자 측이 심판을 청구하면) 인용이 될 테니 행정청에서 더 이상 다른 조치를 취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cdn2.ppomppu.co.kr/zboard/data3/hub_news2/2025/0117/newhub_2025011709460192906_1737074762.jpg)
"50년 전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세 기준 개선 필요" 서울시는 조세심판원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고급주택 기준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억원’으로 정해진 고급주택 가액 기준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아파트 14%인 약 39만6000가구가 공시가격 9억원을 넘어섰다. 공시가격 기준 9억 초과~12억 이하 아파트는 14만4074가구, 12억 초과는 25만1660가구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김성회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지방세법 개정안은 고급주택 기준을 ‘가액기준’으로만 산정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제안 이유에 대해 "거래가격이 아무리 높은 주택이라도 중과면적 기준과 가액 기준 중 하나라도 미달되면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고가주택 취득세율이 저가주택보다 오히려 낮은 경우가 발생하는 등 중과제도의 실효성과 조세형평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도 지방세 개정안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며 올해 상반기 개선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법에서 면적과 가액 기준을 모두 적용하고 있어 여기서 ‘면적’ 기준을 제외하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도권과 지방의 상황이 달라 어느 정도 수준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가주택에 대한 별도의 과세방안을 두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