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리스크로 경제 타격 심화…금리 인하 가능성 확대, 환율 부담 고려 미국 연준과의 금리 격차, 변수 될 수도…취업 시장에도 계엄 여파 상당해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시작된 정치적 혼란이 한국 경제에 예상보다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작년과 올해 모두 상당히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으며, 높은 원/달러 환율과 같은 경제적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이 미룬 기준금리 인하를 2월에는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 썰렁한 거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간담회에서 "계엄 이후 소비와 건설 경기 등 내수 지표가 예상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며 "작년 4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기존 예상보다 0.2%p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계엄 직후 한국은행은 경제 심리 악화로 4분기 성장률을 0.5%에서 0.4%로, 작년 연간 성장률을 2.2%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정치적 혼란의 경제적 영향이 더 심각해 4분기 성장률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작년 1분기 깜짝 성장(1.3%) 이후 2분기 역성장(-0.2%), 3분기 미미한 반등(0.1%)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 부진이 지속된다면 연간 성장률이 2%대를 지키기도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역시 탄핵 정국과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정치적 리스크 확대가 성장의 하방 위험과 환율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1.9%)를 밑돌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대해 이창용 총재는 "경기만 고려하면 금리를 낮추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환율 등 대외 불균형과 불확실성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나 미국과의 금리 격차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환율 안정 후에는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성장 하방 위험이 커져 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히며, 금통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2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월에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과 함께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올해 3분기까지 총 세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기했다. |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시민이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준이 올해 금리 인하를 두 차례로 제한하거나 아예 동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을 우려해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비상계엄의 충격으로 취업자 수가 5만 2000명 줄며 4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월별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1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내수 침체와 소비 위축이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쳤고, 정부 일자리 사업 종료로 60대 이상 고령층 일자리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 수 증가폭은 15만 9000명으로, 전년(32만 7000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쉬었음 인구는 200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며 고용 한파를 보여줬다. 한국 경제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2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이 향후 경제 회복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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