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현재 환율 수준은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이나 미국과의 금리 격차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에 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불확실성, 대외부문의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대외균형을 조금 더 보고 확신한 다음에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라며 "두 차례 금리를 내린 효과도 좀 볼 겸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정세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더 신중하고 바람직하지 않은가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영장 집행 등 정치적 상황에 대해 "다시 우리 프로세스가 정상화돼서 해외에 얘기할 때 과거와 같이 순서 있게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그사이에 경제 컨트롤타워는 확실하고 경제정책은 정상적으로 집행될 거라는 얘기를 계속할 것"이라며 "여·야·정 협의회를 투 티어로 나눠서 우리 경제가 정치적인 충격 하에서도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안은 가급적 이른 시일에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금은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졌고 또 정치적인 영향을 통해서 GDP 갭도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성장률을 0.2% 정도 올리려면 한 15~20조원 규모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음은 이창용 총재와의 일문일답. -지난해 감액 예산안이 통과된 이후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논의는 늦어지고 있고 경기 하강 위험에도 재정정책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해 시장에 온기를 퍼뜨릴 거란 기대가 적지 않았다. 3연속 금리 인하가 경기 하강 시그널로 읽힐 수 있어 부담으로 작용한 건가. ▲이번에 금리를 동결하게 된 이유는 제가 한 분만 소수 의견을 내셨다고 했는데 사실 내용으로 보면 훨씬 더 많은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5:1이라는 숫자가 보여주는 것보다는 훨씬 더 다양한 의견이 많았지만 최종 결론을 그렇게 5:1로 했다는 말씀을 드린다. 모든 분이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라고 봤다. 다만 이자율은 경기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고 워낙 여러 변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 영향을 같이 봐야 한다고 봤다. 이번에는 특히 환율을 중심으로 한 대외균형이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국내의 정치적인 이유 그리고 또 미국 신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가 변함에 따라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고, 특히 환율만 보면 계엄 사태로 시작한 정치적 변화가 환율에 크게 영향을 주고 현재 환율 수준은 저희가 볼 때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이나 미국과의 금리 격차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에 와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 대외부문의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대외균형을 조금 더 보고 더 확신한 다음에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그런 생각에 두 차례 금리를 내린 효과도 좀 볼 겸 숨 고르기를 좀 하면서 정세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더 신중하고 바람직하지 않은가 판단했다.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내 금리 수준 전망은. ▲저를 제외한 여섯 분 모두 3개월 내에는 현재 금리 3%에서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은 열어놔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단기적으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대외 경제 여건의 변화를 확인한 이후에 금리를 통해 경기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셨기 때문이다. 금통위원들의 이런 전망은 모든 경제 상황에 따른 조건부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신성환 위원이 소수 의견을 내신 이유는 환율 등 대외부문이 걱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리 인하의 방향성이 이미 외환시장에 반영되고 있다고 보고 있고 환율 상승이 물가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경기 둔화로 수요측 물가 압력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현시점에서도 경기에 중점을 두고 금리로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셨다. 다른 분들은 이 말에 동의하면서도 현시점에서는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일단 이 시점에서는 대내 요인보다는 대외 요인에 방점을 두고 한번 쉬었다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그런 내용이 결론으로 난 것으로 보면 되겠다.
-앞서 미국이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했기 때문에 미국의 결정과 관계없이 국내 상황을 좀 더 보고 통화정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은 미국의 인하 기대가 크게 후퇴했는데 여전히 유효한가. 미국이 인하 횟수를 줄일 경우 한국도 금리 인하 기회가 줄어들 것으로 보나. ▲근본적으로 미국 통화정책이 큰 영향을 미치지만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 시점에서는 미국과 더 독립적으로 국내 경제 상황만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여력이 금리 인상기보다 금리 하락기에 더 커진 것이 사실이다. 지금 금리 인하 사이클에 있기 때문에 인상 사이클에 비해서는 미국 경제 정책에 받는 영향이 많이 줄어들고 국내 요인을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 건 사실이다. 다만 지금 우리 외환시장 상황에서 정치적인 쇼크 등이 생겨서 외환시장에 불확실성이 있게 되면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보면 정치적인 갈등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에서 좀 더 독립적으로 금리 인하기를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보고 있다. 미국은 보통 한 세 번 정도 낮출 것으로 저희가 예상을 하고 있었다. 트럼프 정부가 시작하게 되면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 많이 가라앉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불확실성을 한 번 더 점검한 후에 금리를 어떤 속도로 얼마나 많이 내릴지 다시 판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정치적 교착 상태가 길어지면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정책이 부족하고, 통화정책을 제외하면 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금 일어나지 않아야 할 불행한 일이 일어나서 정치적 교착 상태가 돼 있다. 이런 일은 경제에 많은 영향을 주는데, 지난 두 번의 탄핵 사태에서 보듯이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기 어렵지만 정치 프로세스와 관계없이 경제는 정상적으로 움직인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 인하 사이클에 있기 때문에 당연히 경기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통화정책 변수는 재정과 달리 경기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환율 등 여러 가지 다른 변수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통화정책만 가지고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든지, 통화정책에 모든 부담을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다시 확대될 수 있지 않나.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이 200bp(1bp=0.01%포인트) 이상 되면 위험하지 않냐고 할 것이라면 숫자만 볼 게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 격차가 커졌는지 봐야 한다. 이에 따라 자본 유출이 어떤 영향을 받고 그런 것들을 보며 결정해야 한다. 특별한 숫자를 보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상황이 경제에 미친 영향을 설명해달라. 정치적 상황이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에도 영향을 줬나. ▲정치적 충격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아직은 판단하기가 참 어렵다. 특히 불확실성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따라 영향은 굉장히 바뀔 것이다. 다만 지난 11월 전망에 비해 경제 심리가 굉장히 떨어져 있다. 당시 지난 4분기 성장률을 0.5%로 얘기했는데, 실제 0.4% 정도 성장하면 지난해 연간 2.2% 정도 되지 않겠나 말씀드렸다. 여기에 소비와 내수, 특히 건설경기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는 중이다. 이번 금통위에선 4분기 성장률이 0.4%가 아니라 0.2%, 혹은 더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렇게 되면 지난해 성장률이 제가 얘기한 것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그 기저효과로 올해 성장률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다음 주나 2월 전에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발표하려고 한다.
-최근 정치 상황에 대해 총재님이 여러 가지 메시지를 냈다. 경제가 정치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데 이에 대한 시각이 궁금하다.
▲제가 하는 메시지가 정치적인 메시지라고 얘기하는데 저는 굉장히 경제적인 메시지라고 생각해서 한 것이다. 그 당시만 보면 총리께서 탄핵되시고 그다음 최 대행이 대행의 대행이 됐는데 또 탄핵당하고 내려가면 대외 신뢰도가 어떻게 될 것인지, 과연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사령탑이 어떻게 될 것인지, 외국 투자자나 신용평가사들의 시각이 매우 나빠지고 있는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안정화하려면 금리 몇 퍼센트 낮추는 것보다 근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그것이 가장 중요한 메시지였다고 생각한다. 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안 할 수 없는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환율의 절대 레벨보다 변동성 확대에 경계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 환율이 하향한 원인 중 하나로 국민연금의 환헤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은데, 향후 환율 추가 상승 시에 환헤지가 환율을 하향 안정화해주는 기능을 할 것으로 보나. ▲이번 결정은 대내 결정보다는 대외 상황이 주는 신인도 등 여러 가지 불확실성을 고려해서 대내균형보다는 대외균형에 분명히 방점을 두고 결정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환율은 레벨을 보고 했다기보다는 사실 저희들이 왜 환율이 올라갔는지를 참 고민스럽게 보고 있다. 환율이 1400원에서 1470원으로 오른 것 중 50원 정도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강달러 이슈 때문으로 본다. 그럼 20원이 정치적인 의미인 거냐고 한다면 그보단 크다고 본다. 국민연금 환헤지 물량도 많고, 나름대로 시장 안정화 정책을 했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는 한 30원 정도 올라갔다고 보고, 특히 총리 탄핵이 있고 나서는 환율 자체가 거의 60%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다. 현재는 미국 CPI(소비자물가) 둔화와 어제 일어난 대통령 영장 집행 등으로 인해 종합적으로 변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계속될 건지를 예측하는 건 정책 프로세스가 어떻게 진행될 거냐를 물어보는 거와 같다.
-영장 집행이 대외신인도에 미칠 영향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을까. ▲저는 어제 사태를 계기로 다시 우리 프로세스가 정상화돼서 해외에 얘기할 때 과거와 같이 순서 있게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그사이에 경제는 컨트롤타워도 확실하고 경제정책은 정상적으로 집행될 거라는 얘기를 계속 할 거다. 그것이 해외에서 잘 받아들여지면 문제가 없고 그것이 안 받아들여지고 또 한 번의 충격이 있거나 그러면 지난번과 같다고 얘기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리스크는 있다고 본다. 사실은 이런 상태에서는 계속 국회에서 여야정 협의회 얘기하는데 누가 저보고 정치하고 경제가 어떻게 분리되느냐 그런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하더라. 당연히 정치하고 경제를 분리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것을 가능한 한 최대한 독립적으로 해서 경제가 정치와 관계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 어렵더라도 해야 우리 경제가 정상화되고 우리나라에 충격이 적다라는 면에서 말씀드린 것이다. 경제 문제만큼은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저는 여야정 협의회를 투 티어로 나눠서 정치 문제 다루는 쪽 하나, 경제 문제는 실무자들이 딱 껴서 여야정 협의가 빨리 진행돼서 경제정책이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는 걸 보여주는 노력이 우리 경제가 정치적인 충격 하에서도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재정 정책 팽창이 필요하다며 추경을 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특정 항목에 타깃해 지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지금처럼 통화 정책이 한 템포 쉬어가는 상황에서 그 당시와 생각이 달라진 게 있는지, 추경을 해야 한다면 그 규모와 시기는 언제가 바람직하다고 보는지. ▲추경은 지금은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만 해도 추경에 대해 크게 긍정적으로 얘기를 안 했는데, 그때는 잠재 경제성장률(GDP)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아 추경을 하지 않고, 오히려 재정을 건전성 있게 쓰는 것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고 그런 시각이었다. 지금은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졌고 또 정치적인 영향을 통해서 GDP 갭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규모 면에서는 성장률이 한 0.2% 정도 떨어졌다면 그 정도를 보완하는 규모로 추경을 한번 추정하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 지난번에 성장률을 0.2% 정도 올리려면 한 15~20조원 규모 바람직하지 않겠냐 했는데, 물론 재정 당국이 결정하지만 잠재 GDP 수준으로 올린다든지 GDP 갭을 줄이는 그런 정도의 규모로 했으면 좋겠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