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주택 거래가 줄어들고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가 지속되면서 은행 가계대출이 9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다만 최근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하 등으로 금융 여건이 완화되고 있어 향후 가계대출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한국은행의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4000억원 줄어 감소 전환했다.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8월 정점을 찍은 뒤 둔화하다 지난달 감소로 전환했다. 은행 가계대출이 감소한 건 지난 3월(-1조7000억원) 이후 9개월 만이다.
은행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11월 1조5000억원에서 12월 8000억원으로 증가폭이 축소됐다.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주택거래량이 감소하고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가 지속되면서다. 기타대출은 연말 상여금 유입과 부실채권 매·상각 등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11월 4000억원 증가에서 12월 1조1000억원 감소로 전환했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12월 은행 가계대출은 마이너스지만 비은행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비은행에서 주로 신축 아파트 입주와 관련된 집단대출 위주로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 가계대출 총량은 여전히 둔화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분간 가계대출은 낮은 증가세를 이어가겠지만 (가산금리 인하 등) 금융 여건이 점차 완화되고 있어 긴 시계에서 보면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금융 여건 완화 기대가 강화되면서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주택거래가 활성화되면 가계부채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에 대해서는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두 번 연속 인하했지만 아직 정부 거시건전성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금융권도 가계대출 관리 조치를 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 효과는 이전부터 선반영돼 가계대출을 늘리거나 가계 주택 구매 심리를 높이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큰 폭 감소했다. 11월 2조2000억원 증가했던 기업대출은 12월 11조5000억원 감소했다. 12월 기준 2016년 12월(-15조2000억원) 이후 최대폭 감소다. 중소기업대출은 기업들의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상환, 주요 은행들의 자본 비율 관리를 위한 대출 영업 축소, 부실채권 매·상각 등으로 2조원 증가에서 7조1000억원 감소로 전환했다. 대기업 대출 역시 기업의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한도 대출 상환, 대내외 불확실성 등에 따른 시설자금 수요 둔화 등으로 2000억원 증가에서 4조3000억원 감소로 전환했다.
박 차장은 "통상 12월 기업대출은 연말 기업들의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대출 상환과 분기말 매·상각 효과 등 계절적 요인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해 온 바 있지만 지난달 큰 폭 마이너스를 보인 건 지난해 말 기업대출 부진이 반영된 영향"이라며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되면서 기업들이 전반적인 투자를 유보해 시설자금 수요가 둔화됐고 은행들이 기업대출 목표치를 일찍 달성하면서 수익성, 건전성 관리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