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들이 오는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봤다. 심각한 경기부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한은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3차례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은 물가불안으로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 65%, 1월 한은 기준금리 인하 전망 아시아경제가 국내외 경제연구소·증권사·은행 등의 경제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5%인 13명이 이달 한은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예상했다. 현재 3.0%인 기준금리가 2.75%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나머지 7명은 동결 의견을 제시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하며 본격적인 피벗(pivot·정책 전환)을 시작했다. 11월 기준금리 인하의 경우 시장의 동결 예상을 벗어난 깜짝 인하로 평가받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없었던 만큼 이달 기준금리를 내리면 3차례 연속 인하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3차례 연속 인하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그만큼 한은이 현재의 경제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으로 경기 하강 압력이 확대됐다"며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심화되는 상황이라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서 경기부진에 대응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최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일명 F4회의)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면서 경기부양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이 총재의 최근 발언을 보면 경기부양을 위해 1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만약 1월에 안 내린다고 하더라도 2월에는 한 차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높아진 경기 하방 위험, 정치적 불확실성 요인에 따른 정책 부재 리스크 등을 고려해 통화당국이 1월에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특히 이 총재가 최근 F4 회의를 주도하며 목소리를 내는 점도 1월 금리 인하 전망의 배경"이라고 답했다.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측한 7명의 전문가도 다음 달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보며 사실상 한은이 1분기에는 최소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100%였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높아진 환율 부담과 신중해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분위기로 한은이 이달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다음 달에 금리를 인하해 국내 경기에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허지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도 "한은이 고환율이 지속되는 현 상황을 고려하고, 지난 2차례 연속 인하 효과를 점검하면서 이달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다음 달에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부진을 더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1월에 이어 2월까지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속 인하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2명에 달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이슈로 부진이 심해진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 한은이 1월에 이어 2월에도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석태 SG증권 연구원은 "정치불안으로 당장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한은이 기준금리를 1월부터 2월까지 빠르게 인하해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미국은 물가상승 우려로 이달 기준금리 동결 예상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대다수였다. 설문 대상 20인 중에 미응답자 2인을 제외한 18명 전원이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경기가 좋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까지 있어 1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다"며 "1월 FOMC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도 "대부분의 FOMC 위원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미국은 이번에 금리 인하를 쉬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올해 한국 3회, 미국 3회 각각 금리 인하 전망 올해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횟수는 총 3회를 내다본 전문가들이 많았다. 20명 중에 미응답을 제외한 3회가 12명, 2회 4명, 4회 2명이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중립금리 중간값이 2% 중반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경기부양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립금리 하단인 2.25% 정도까지 인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3%인 기준금리 감안하면 0.25%포인트씩 3차례 인하를 전망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한국의 경우 최근 발표된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올해 1%대 진입도 가능하다"며 "이는 기준금리의 최종수준을 낮추는 요인으로 올해 3회 인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이후 국내 내수둔화와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어 1분기부터 오는 3분기까지 분기별로 한 차례씩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3회 인하 전망이 많았는데 3회가 9명, 2회가 7명, 4회가 2명 순이었다. 백윤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미국은 양호한 경기와 Fed의 통화정책 기대 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올해 분기당 1회 정도의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번 Fed의 금리 인하 사이클은 경기침체나 경기위축의 대응이 아닌 경기둔화를 대비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윤 연구원은 "미국은 현재 금리 인하 기대가 상당폭 후퇴한 상황에나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누적됨에 따라 1분기 휴지기 이후 2분기부터 다시 금리 인하의 필요성 높아지면서 0.25%포인트씩 3차례 정도의 인하는 실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최대 2차례 미국 기준금리 인하를 예측한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달리 미국은 탄탄한 성장과 2% 초과 물가 상황 지속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 경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도 "미국은 한국보다 성장세가 높아 올해 2차례 인하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