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면세업계 지속 가능성 확보하려면 개별 기업 자구책 병행돼야”
롯데면세점이 새해를 맞아 면세업계 최초로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 서울의 한 면세점 앞에 쇼핑객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
1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말 주요 중국인 보따리상들에게 올해부터 면세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이는 면세업계의 지속적인 손실 누적에 따른 생존을 위한 고강도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인 보따리상은 한국 면세점에서 대량의 상품을 구매해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 유통하는 이들로, 사드(THAAD) 사태 이후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객 금지 조치가 시행된 2017년부터 그 활동이 본격화됐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면세업계에서 이들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보따리상과의 거래는 면세점의 수익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재고 처리를 위해 상품 정상가의 40~50%를 수수료로 환급하는 조건으로 거래를 지속했으나, 이는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손실도 커지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롯데면세점은 수수료를 2023년 초 35% 수준까지 인하했지만, 이는 여전히 수익의 마지노선인 20%를 훌쩍 넘는 수치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를 코로나19 이후 최악의 한 해로 평가하며, 롯데와 신라·신세계·현대 등 주요 면세점 4사의 2023년 영업손실은 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롯데면세점은 매출 하락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기준 롯데면세점 매출의 약 50%를 차지하던 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중단한 것은 수익성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는 신년사에서 “볼륨 중심의 성장이 아닌 수익성 중심의 경영 활동에 집중할 시점”이라며, 사업성을 재검토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보따리상의 빈자리를 내국인 관광객, 외국인 개별 관광객, VIP 고객으로 채우기 위해 마케팅 부문을 복원하고, 마케팅전략팀과 자유 여행객(FIT) 마케팅팀, 여행사 마케팅팀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했다.
다른 면세점들도 생존을 위해 중국인 보따리상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항공사, 호텔 체인, 여행사와의 제휴를 통해 내국인과 외국인 개별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 | 신세계면세점 부산점. 신세계면세점 제공 |
신세계면세점은 부산 센텀시티몰에 위치한 부산점을 이달 24일 폐점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단체관광객 감소와 고환율 등의 여파로 실적이 악화된 것이 주된 이유다.
부산점은 2026년까지 운영 예정이었으나, 고객 감소로 지난해 11월 영업 면적을 축소했고 희망퇴직 신청이 잇따르며 주 7일 영업을 주 5일로 단축했다.
신세계디에프는 부산점 폐점 이후 서울 명동 본점과 인천공항점 운영에 집중할 방침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면세업계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개별 기업의 자구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며, “롯데면세점의 보따리상 거래 중단은 업계의 체질 개선을 위한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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