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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숨 넘어가는, 전설의 이 이름을 칼럼에 다시 소환하게 될 줄이야(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때도 이 이름을 칼럼에 쓴 적이 있다). 자식의 장수를 빌며 오래 살았거나 또는 오래 산다는 인물과 동물의 이름을 섞어 지었다는 그 이름이다. 뜬금 없는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비상계엄과 연이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를 겪으며 이 이름은 자연스럽게 다시 회자됐다.
탄핵소추안 의결 즉시 직무정지된 대통령 직위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승계했다. 정식직함은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법률적 명칭은 아니며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제10조’에 따른 행정실무상 명칭)다. 그런데 한 권한대행의 거취는 처음부터 불안정했다.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과 내란죄·김건희 특검법 승인 여부에 따라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애초부터 탄핵 가능성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결국 탄핵은 실행됐고, ‘대행의 대행체제’가 바로 현실화했다.
다음 순위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위를 승계했다. 정식직함은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앞서 말했듯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을 고려했고, ‘국무총리 직무대행’을 빼는 등 줄이고 줄인 명칭이 18자다. 민주당은 ‘헌법재판관 부분 임명, 내란죄·김건희 특검법 거부’ 카드를 꺼낸 최 권한대행에 대해서도 탄핵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 두고 있다. 이 역시 현실화하면 다음 승계 순위는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다. 행정 효율 등을 고려치 않고, 맡은 임무(실제로 해야 할 일)만 열거한 명칭은 이렇다.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직무대행 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무려 46자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은 대거리도 안된다.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소추로 직격탄을 맞은 한국경제는 ‘대행의 대행체제’가 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원달러 환율은 치솟고(원화가치 급락), 주가는 바닥을 치고, 국가신용등급은 강등 위험에 처했다. 사람으로 치면 숨 넘어가는 형국이다. 국가가 이러니, 연쇄적으로 기업과 국민들의 숨도 넘어가고 있다.
올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기업들이 느끼는 경기전망)는 84.6으로, 34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조사를 시작한 1975년 이후 최장기간 부진 기록이다.
자영업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2023년 폐업 사업자 수는 98만6000명으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에는 더 악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11월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이 전년동기 대비 10% 이상 늘어 1조 3019억원에 달했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얘기는 물에 빠진 아들의 긴 이름을 부르다 구조가 늦어지면서 결국 사망했다는 새드엔딩(Sad ending)이다. 지금 기업과 국민들은 애타게 국가에 구조 요청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 수장은 긴 직함 만큼 멀리 있고, 구조 요청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어서 이 또한 새드엔딩이 될까 걱정이다. 이대로라면 기업과 국민들의 숨이 곧 넘어간다는 말이다.
김필수 경제금융매니징에디터 pilso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