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은 '경제의 안정적 관리'에 중점을 뒀다. 경기 침체와 초유의 탄핵 정국 등 복합 위기를 겪고 있는 현재의 경제 파고를 헤쳐나갈 수 있는 관리형 정책들을 담은 것이다. 그런 만큼 한계도 뚜렷하다.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야심 차게 내놨다는 정책들은 앞서 나온 것들을 재포장한 한시적 지원에 지나지 않는 데다 저성장 쇼크를 타개할 구조개혁이나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가계대출 등 리스크 관리 대책은 보이지 않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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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늘리면 20% 소득공제...내구재 3종세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민생경제 회복, 대외신인도 관리, 통상환경 불확실성 대응, 산업경쟁력 강화' 등을 4대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 중 민생경제 회복은 세제·재정 지원과 관광붐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우선 내수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소비증가에 대한 20% 추가 소득공제를 지원하기로 했다. 전년 대비 5% 이상 증가한 소비액에 대해 100만원 한도로 10%의 추가 소득공제를 제공하는 '추가소비 소득공제'를 상반기에 한해 시행한다.
내구재 소비촉진을 위해 '자동차·전기차·가전 구매 지원 3종세트'도 마련했다. 상반기 한시로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30% 인하하고, 10년 이상 된 노후차를 신차로 교체시 개소세를 70%(100만원 한도) 한시 감면한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기준을 연초 즉시 시행하고, 기업 할인시 보조금 추가지급을 6월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한다. 예를 들어 4400만원 상당의 전기차에 대해 업계가 400만원 할인 시 정부 추가보조금이 8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늘어 총 520만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취약계층의 가전 구매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고효율 가전 구매시 환급지원율도 10~20%에서 15~30%로 늘린다. 다자녀가구가 200만원짜리 에어컨 구매시 환급금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영세소상공인 점포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 금액에 대해 소득공제율을 2배 인상하기로 했다. 소비진작을 위해 비수도권 숙박쿠폰 100만장을 추가로 풀고, 근로자 대상 휴가지원사업도 지원 규모를 6만5000명에서 15만명으로 2배 이상 대폭 확대한다. 대대적인 방한관광, 소비행사를 연초부터 릴레이로 개최해 소비 붐 조성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설 성수기 한시적으로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할인율을 10%에서 15%로 상향하고,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골목형상점가도 450곳으로 확대한다. 서민 생계비 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 11조6000억원을 지원하고 124만개 노인 직접일자리의 90% 이상을 1분기에 신속 채용하기로 했다.
재정 당겨쓰기 되풀이...저성장 구조개혁 대책 안보여 계엄·탄핵 정국에 살얼음판을 걷는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재정 당겨쓰기'다. 18조원 규모의 공공부문 가용재원을 상반기에 몰아 쓰고 역대 최대 수준의 상반기 조기 집행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경제 주체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충분치 않다. 민생경제 회복 분야에서 언급한 추가소비 소득공제, 노후차 개소세 감면, 온누리상품권 활성화 등은 1분기나 상반기 한시적인 정책들로, 수년 전부터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했던 내용들이 반복됐다.
고꾸라진 경기를 끌어올릴 단기 정책에 집중하면서 고착화되는 저성장 구조를 타개할 개혁 의지는 꺾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만 해도 역동경제를 중심으로 한 구조개혁을 중점적으로 내세웠지만,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추가 과제를 발굴, 보강'이나 '재추진', '로드맵 마련' 등의 내용만 담았다.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과 가계부채 관리 역시 근본적 대책 대신 현재보다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는 데만 초점을 두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만 밝혔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