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농산물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만t 가까이 줄인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의 확산을 위해 정부가 인증 문턱을 낮춘다. 인증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여 더 많은 농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농가의 감축 의지가 강할수록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선발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2012년 처음 시작된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는 농업분야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기 위해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 농산물을 인증하는 제도다. 농업인이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 정부가 배출량 산정 보고서 작성 등 인증 취득 전 과정을 지원한다.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는 현재 65개 품목을 대상으로 18개의 저탄소 농업기술이 등록돼 있다. 올해 말 기준 1만500 농가가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시행 이후 참여 농가와 인증면적, 이산화탄소 감축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2년 60 농가에 불과하던 인증농가는 지난해 9만85 농가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인증면적은 92㏊에서 1만338㏊로, 이산화탄소 감축량은 311t에서 9만9875t으로 크게 늘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잦은 폭염·폭우 등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증가로 온실가스 감축 대응은 국가 경쟁력·국민 삶과 직결되는 전 세계적 공통 과제"라며 "농업분야도 2018년 2220만t인 탄소배출량을 2030년까지 22.5% 줄여 1720만t까지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저탄소 디지털·그린바이오 기술 및 친환경농업 확산, 논물관리·비료감축, 농촌 재생에너지 확대 등 저탄소 농업구조 전환 등의 정책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저탄소 농업을 확산하고 제도의 장기적 운영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내년부터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인증제 확산을 위해 인증 비용을 낮춰 보다 많은 농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제도 초기에 설정된 품목별 평균 배출량 기준은 현실에 맞게 바꾼다. 선착순 선발방식도 가점제로 변경한다.
현재 저탄소 인증 취득을 위한 비용은 100% 국비로 지원하고 있다. 농가의 비용부담은 없지만 제한된 예산 탓에 참여 농가를 더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기존에 평균 120만원에 달하던 저탄소 인증 컨설팅 비용을 내년엔 87만원 수준으로 낮춰 더 많은 농업인을 지원할 예정이다.
인증제 참여 농가의 선정 방식도 개선한다. 올해까지는 선착순으로 신청서를 접수했는데 이 방식은 '농가의 감축량·감축의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농식품부는 내년부터 농가의 감축량·감축의지가 강할수록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사업 신청 농가는 ▲2인 이상 단체 신청한 경우 ▲최근 2년 이내 농업 분야 온실가스 감축 관련 다른 사업에 참여한 경우 ▲저탄소 농업기술을 두 개 이상 적용한 경우 ▲저탄소 교육을 이수한 경우 가점을 받는다.
저탄소 인증제는 친환경·우수관리(GAP) 인증 농산물을 대상으로 저탄소 농업기술을 활용해 농산물을 생산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품목별 평균보다 적게 배출한 경우 인증을 받을 수 있는데, 감축 비교 대상인 품목별 평균 배출량 기준도 조정한다. 지금까지 저탄소 농산물 인증의 기준이 된 품목별 평균 배출량이 2012년에 설정됐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내년부터 농촌진흥청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품목별 평균 배출량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기존에 인증받아 갱신이 필요한 농가는 적용을 변경된 기준 적용을 2년간 유예받는다.
농식품부는 저탄소 인증제 참여를 희망하는 농업인을 대상으로 내년 1월7~24일 경기도를 시작으로 강원, 전북·남, 경북·남, 제주 등 8개 시도에서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 지원사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물론 내년부터 변경되는 선발방식 등을 알릴 예정이다. 교육에 참여한 농가는 저탄소 농산물 신규 인증 신청 시 가점을 받을 수 있다.
박정훈 농식품부 동물복지환경정책관은 최근 저탄소 인증 농가 현장을 방문해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 개선으로 더 많은 농가의 저탄소 인증 취득을 지원하고, 제도가 장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농업 분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저탄소 영농이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