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가계대출 증가세 3분기 9505만원… 42개월 만에 500만원 ↑ 기준금리 0.5%→3.5% 올려도 계속 늘어 차주 수 1974만명… 4분기 만에 증가 전환 비은행권 연체율 2.18%… 9년 만에 최고 2단계 DSR 규제 연기 등 대출 수요 자극 “당국의 정책 엇박자가 부른 부작용” 지적
국내 가계대출 차주(돈 빌린 이)의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이 올해 3분기 들어 처음으로 9500만원을 넘어섰다. 고환율과 내수부진 등이 내년에도 이어져 경제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가계의 연체율 급등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창구. 연합뉴스 | ◆1인당 평균 대출잔액 9505만원 25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은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3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은 9505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대출이 급증하지 않도록 촘촘하게 관리하고 취약층의 가계빚 경감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은 2021년 1분기 말 9054만원으로 처음 9000만원을 넘은 뒤 3년6개월 만에 500만원가량 늘었다. 이 기간 기준금리는 연 0.5%에서 3.5%로 가파르게 올랐는데,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2분기 말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대출잔액이 9332만원을 기록한 뒤 5분기 연속 늘어나는 등 최근 들어 증가세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전체 가계대출 차주 수는 3분기 말 1974만명이었다. 지난해 3분기 말 1983만명에서 4분기 1979만명, 올해 1분기 1973만명, 2분기 1972만명 등으로 점차 감소하다가 4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비은행권 중심으로 연체↑ 가계대출 연체는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한 달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연체율은 올해 3분기 0.95%로, 2분기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특히 주로 서민이 이용하는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뚜렷하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2분기와 3분기 0.36%로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비은행은 2.12%에서 2.18%로 0.06%포인트 높아졌다. 상호저축은행, 상호금융조합, 여신전문금융회사, 보험사(약관 대출금 제외) 등 비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2015년 3분기 2.33% 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은 주로 신용도가 낮은 차주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은행권보다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전날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비은행권 대출 증가 현상이 확대되면 연체 가구 비중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힌 바 있다. ◆대책 마련에 골머리 앓는 당국 금리 인상에도 가계대출이 증가한 것은 금융당국 정책 엇박자의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쏟아진다. 당국은 당초 지난 7월 은행권을 대상으로 예정됐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돌연 두 달 연기해 시장에 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은행권은 미리 준비를 모두 끝낸 상황이었고 연기할 만한 명분도 없었는데, 금융당국이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대출 수요를 자극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었다.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도 현장 혼란을 부추겼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계대출 증가를 관리하라는 발언에 은행권이 금리를 올리자 “대출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다른 대책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비판이 일자 급기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나서 가계대출 관리는 은행의 자율에 맡긴다며 혼란 수습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상혁 선임기자 nex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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