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이어 비상계엄·탄핵 사태 여파까지 겹치면서 소비자심리지수가 2008년 이후 16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낙관적이었던 소비자심리지수는 5월 이후 처음으로 비관적으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12.3포인트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78.6) 12.6포인트 떨어진 이후 최대 낙폭이다.
CCSI는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장기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낙관적이라는 뜻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CCSI는 11월(100.7)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 5월(98.4) 이후 7개월 만에 100 아래로 떨어져 '비관적' 소비심리 상태를 나타냈다.
 
또한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는 모두 동반 하락했다.
특히 현재경기판단(52·-18포인트)는 팬데믹 시기인 2020년 3월(-28포인트), 향후경기전망(56·-18포인트)는 2022년 7월(-17포인트) 하락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현재생활형편(87·-4포인트), 생활형편전망(86·-8포인트), 가계수입전망(94·-6포인트), 소비지출전망(102·-7포인트)도 전월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정치 불확실성이 커진데 따른 소비자심리 위축,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하락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이번 조사 기간은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이자 1차 탄핵소추안 부결 이후 이뤄졌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11월에 미 대선 결과가 나오면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경우 우리 수출이 둔화하고 경기가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돼 1포인트 떨어졌었는데 국내 정치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이번달에 낙폭이 더 커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황 팀장은 "조사 대상 중 90%이상이 13일까지 응답했기 때문에 2차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상황은 크게 반영이 안 됐지만 불확실성 요인은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고 봐야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로 정치적 불확실성때문이라고 보는 만큼 불확실성이 얼마나 빨리 해소되고 안정을 찾아가느냐에 따라 소비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앞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예상치 못한 불필요한 충격에 경제 심리가 너무 떨어져 있다"며 "빨리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3로, 11월(103)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 9월 119로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까지 오른 뒤 세 달 연속 하락세다.
이 지수는 1년 후 주택가격에 대한 소비자 전망을 반영한다.
100을 웃돌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가 하락을 예상하는 소비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한은이 10월에 이어 11월에도 2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금리수준전망지수는 시장금리 상승 영향으로 지난 11월 93에서 12월 98로 5포인트 상승했다.
 이 지수는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내릴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상승을 예상한 사람보다 많으면 100을 밑돈다.
향후 1년간의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3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전월과 동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