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스마트폰, 자동차 등 우리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로 경상수지가 5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수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당초 예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면서 내년 우리 경상수지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9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9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111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지난 4월 외국인 배당 증가로 적자를 기록한 뒤 지난 5월부터 5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했다.

흑자 규모는 지난 6월(125억6000만달러) 이후 최대로 9월 기준 역대 3위를 달성했다.
작년 9월 경상수지는 60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646억4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67억5000만달러)보다 478억9000만달러 늘었다.

9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106억7000만달러)는 IT(정보통신) 품목 호조세를 중심으로 전월 대비 흑자폭을 키웠다.
수출은 616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9.9% 증가했다.
9월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6.7%, 정보통신기기는 30.4%, 승용차는 6.4% 늘었다.
반면 비 IT 품목의 감소세는 확대됐다.
석유제품(-17.6%), 화공품(-8.4%), 기계류·정밀기기(-7.8%), 철강제품(-1.6%) 등의 수출은 줄었다.
지역별로 보면 전년 동월 대비 동남아(16.2%), 중국(6.3%), EU(5.1%), 미국(3.4%)으로의 수출이 증가했고 일본(-0.8%)은 감소했다.

9월 수입은 510억달러 늘며 전년 동월 대비 4.9% 증가했다.
원유, 석탄 등 원자재 수입이 감소 전환했지만 반도체 등 자본재의 증가세가 확대되면서다.
9월 통관 기준 전년 동월 대비 화공품(-12.5%), 원유(-11.6%) 등 원자재 수입은 6.8% 감소했다.
반면 반도체제조장비(62.1%), 반도체(26.5%), 정밀기기(7.6%) 등 자본재 수입은 17.6% 증가했다.
소비재 수입은 0.3% 늘었다.

수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10월에도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당초 한은이 예상했던 730억달러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가 상향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승리로 내년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 국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에 대한 압박을 고려했을때 우리 수출 여건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올해 우리 경상수지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에 얼마나 영향을 줄 것인가는 조금 더 세밀하게 분석해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9월 서비스수지는 여행, 가공서비스, 지식재산권사용료 등을 중심으로 22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해외여행 성수기가 종료되면서 여행수지 적자폭은 축소됐다.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계절적 요인으로 상표권, 연구개발저작권 수취가 줄면서 적자폭은 확대됐다.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30억9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이전소득수지는 3억9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자본 유출입을 보여주는 9월 금융계정 순자산은 126억8000만달러 늘며 전월(49억3000만달러) 대비 흑자폭을 키웠다.
직접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24억7000만달러 늘고 외국인 국내투자는 14억4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채권을 중심으로 75달러 증가했다.
외국인 국내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13억달러 감소했다.